-문대통령 ‘경제’ 강조 불구 기자회견 직후 평가는 극과 극 -소득성장주도 궤도수정 없다는 것에 재계 실망 분위기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 더해지며 정치권 갈등은 깊어질듯
[헤럴드경제=최정호ㆍ홍태화 기자] 오류는 인정했다. 하지만 수정은 없다고 했다. 보완은 있을 수 있지만, 궤도수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평가는 갈렸다. 같은 편에서는 “소신을 잘 보여줬다”고 환호했지만, 반대 편에서는 ‘몽상’, ‘셀프 용비어천가’ 등 비난이 가득하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직후 우리사회 그리고 정치권의 풍경이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문제에서 갈등 폭이 깊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자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면서도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했다.
야당은 즉각 칼날을 세웠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당 회의에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허위 공적조서’로 단정했다. 주 의원은 “가계 소득이 높아졌다 했는데, 실제로는 가처분 소득은 낮아졌고 심지어 1, 2분위 소득은 감소했다”며 “상용직이 늘고 청년고용률이 사상최대라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 현실을 분명하게 내다보면서 더불어 잘 사는 포용국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호평한 것과 극과극인 관전 평이다.
같은 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국정 운영 19개월 차임에도 대통령은 역시나 ‘몽상’에 빠져 있고, 국민은 ‘한숨’에 빠져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 역시 “국민은 반성문을 원했는데 대통령은 셀프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며 “문재인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지만, 자영업자와 청년들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여야, 진보 보수의 시각이 이처럼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며 향후 치열한 논쟁이 예고된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양분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대통령이 경제가 어려운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이것을 인정하기 쉽지않다”며 “인정하면서 혁신성장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 만들겠다는 상당히 맞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자화자찬에 속 빈 강정 뿐”이라며 “현실은 아프다고 하면서도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 뿐”으로 혹평했다. 같은 시간 같은 발언인데도 정가나 경제 전문가, 국민들의 시각은 이처럼 다른 것이다.
대통령의 ‘현실 인정’과 ‘마이웨이’가 공존했던 기자회견 풍경은 회견 직후의 더불어민주당과 경제단체장 회동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여당의 초청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을 직간접적으로 부탁했지만,여당 수뇌부는 이에대한 답 없이 기업 혁신을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요즘 기업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여야 협치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중장기 과제의 물꼬 트는데 성과를내달라”고 했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기업들의 사업 활력이 많이 저하돼있어 국가적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접적으로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경제계도 기업가 정신으로 혁신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기조를 따라줄 것을 주문했다. 경제계와 여당의 입장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인정을 한 것과 별개로, 큰틀의 경제정책 불변이라는 기조가 명확해 지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진행될 것이며 기업인들로선 다소 실망스럽다”며 “올해 정치는 내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협치보다는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런 정치 논리에 의해 경제가 다시 휘둘릴 수 있어 여러모로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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