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 이어 또 절차 논란 -‘피고인 방어권 침해’ vs ‘법적 근거 따른 절차’ 의견 엇갈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서 주 4회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방어권 침해라는 지적과 법률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원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 11명은 공판을 하루 앞둔 29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모두 사임의사를 밝혔다. 30일 일정을 포함해 당분간 재판일정은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속 사건은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재판이 가능하다.
1주일에 1~2회 재판하는 통상의 사건과 달리 ‘적시처리 사건’은 공판 횟수를 늘리는 ‘집중심리’를 할 수 있다. 대법원 예규를 근거로 하며, 처리가 지연되면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킬 염려가 있는 사건이나, 사안의 파장이 큰 사건이 대상이다. 특히 구속사건의 경우 피고인을 석방하기 전에 선고를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임 전 차장은 5월14일 구속기한이 만료된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많은 자료를 확보한 검찰에 비해 변호인단이 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주 4회 재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주 3회 재판이 열린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한 나승철 변호사는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원칙은 어디에도 없다”며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기 위해 주4회 재판을 한다는 것은, 한 번 구속시키면 결코 풀어주지 않는 기이한 관행을 지키기 위해 재판부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 4회 재판을 하게 되면 변호인은 재판 기간 내내 그 사건 외에는 다른 사건을 할 수도, 새로운 사건을 수임할 수도 없다”며 “돈많은 사람은 자기 사건만 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사건이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됨에 따라 집중심리를 하는 것이고, 법률상 집중심리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최성식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에는 재판을 매일 열도록 하고 있어 법률상 방어권 침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공판중심주의(서류가 아닌 법정에서 구두변론을 위주로 재판하는 것을 말함)를 충실히 구현함으로써 극복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배심제로 재판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나라와 같은 집중심리가 일반화돼 있다. 대신 사건의 쟁점과 증거목록을 추리는 ‘준비기일’을 충분히 연다. 반면 일본의 경우 구속기한에 제약이 없어 단시간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실제 1995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켜 기소된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사건은 구속사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종결까지 22년이 걸렸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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