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집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 -닥터헬기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큰 기여를 한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사망에 이어 잇따라 벌어진 안타까운 소식에 의료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께 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설 전날인 5일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자 윤 센터장 부인은 병원을 찾았고 직원들과 함께 센터장실에 쓰러져 있는 윤 센터장을 발견했다. 경찰 검안 결과 윤 센터장은 급성심정지(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7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의료원 측은 누적된 과로로 인한 과로사로 판단하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일에도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 연휴 응급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응급진료를 위한 대비를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국 532곳의 응급실과 13곳의 권역외상센터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윤 센터장은 이 기관의 책임자였다. 전남의대를 졸업한 윤 센터장은 특히 모교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1994년 ‘1호 전공의’로 응급의학과에 지원할만큼 응급의학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인 인물이다.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응급센터가 생기자 바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응급환자를 돌보는데 최선을 다했다.

특히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윤 센터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평소 그를 아끼던 의료인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응급의료계 영웅이자 버팀목이었다.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17년 전 응급의료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결의에 차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라고 했다.

한편 심장마비는 중년 남성의 대표적인 돌연사 원인이다. 1년에 1000명당 1~2명꼴로 환자가 발생하며 여자에 비해 남자가 4배 정도 많다. 특히 윤 센터장처럼 일이 많은 중년 남성이 위험하다. 심장마비는 갑작스럽게 오지만 전조 증상도 반드시 있다. 심장마비 발생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가슴통증,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전문의들은 만약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