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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빗이 2일 혼다클래식 2라운드 6번 홀에서 상의를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은 채 두번째 샷을 하고 있다.
스탠손
헨릭 스탠손의 2009년 도럴에서의 팬티샷은 이제 스트립 샷의 고전이 됐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의 스트립쇼는 빠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TV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은 것은 지금까지 언론과 영상에 나온 것만 네 번째다.특히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에서 열리는 혼다클래식(총상금 690만 달러) 6번 홀에서만 세 번째다. 올해는 월요일 먼데이 퀄리파잉을 통해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고 PGA투어 대회로는 두 번째 출전한다는 드류 네스빗(캐나다)이 옷을 벗었다. 네스빗은 2일 대회 2라운드 6번(파4 483야드)홀에서의 티샷이 308야드를 날아갔으나 페어웨이를 놓치면서 공은 호수로 이어진 진흙 뻘에 들어갔다. 다행히(?) 왼손잡이 선수였던 네스빗은 뻘에서 스탠스를 취할 수 있었으나 공을 치면 옷에 진흙이 묻을 수 있었다. 네스빗은 상의를 탈의해 맨 몸을 드러냈고, 바지는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두 번째 샷을 했다. 뻘에 잠긴 공은 그린에 한참 못 미친 122야드를 날아갔고 거기서 한 세 번째 홀 가까이 붙으면서 파로 마치며 위기를 잘 넘겼다. 네스빗은 이날 버디 2개에 보기 3개로 1오버파 71타를 쳐서 공동 67위(2오버파 142타)로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만약 네스빗이 오른손잡이 선수였다면 미스컷을 벗어나야 절박한 사정 때문에 예전의 다른 선수들처럼 팬티만 입고 샷을 했을 것이다. 한 타가 아쉬운 선수로서는 페어웨이 옆으로 간 공을 벌타없이 칠 수 있다면 쳐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옷에 오물이 묻거나 진흙이 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프로 선수로서는 스폰서를 위해서라도 옷을 단정하게 입고 경기하는데 오물이 튄 옷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TV에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안이 옷을 벗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한 순간에 그치지만 거기서 얻는 컷 통과의 기쁨은 두둑한 상금과 함께 돌아온다.

우들랜드
2016년 혼다클래식 마지막날 바지를 벗고 세컨드 샷을 한 게리 우들랜드.

TV카메라가 포착한 선수 중 제일 처음 코스에서 옷을 벗은 선수는 2009년 헨릭 스탠손(스웨덴)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이 열린 플로리다 도럴리조트 3번 홀에서 공이 진흙에 들어가자 바지와 함께 상의까지 탈의하고 달랑 흰 팬티만 입은 채 두 번째 샷을 했다. 스탠손은 그날 라운드가 끝나고나서 ‘흰바지와 노란 셔츠가 진흙에 묻지 않기 위해서 벗었다’고 답변했다. 스탠손이 흰 팬티만을 입고 친 뒤로 그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진정한 프로정신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이전 선수들도 종종 코스에서 옷을 벗었겠지만 스탠손처럼 팬티만 남기고 벗은 적이 없거나, 카메라에서 예의상 애써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팬티샷 이후 선수들이 코스에서 옷을 벗는 것은 경기에 집중하는 또 하나의 열정으로 비춰졌다. 카메라도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 뒤로 이 모습을 적극 화면에 담았다. 3년 전부터 PGA투어 대회를 중단한 도럴리조트와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PGA내셔널은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 떨어진 골프 코스로 늪과 물이 혼재되는 지형이 비슷하다. ‘황금곰’으로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챔피언 코스는 15번 홀부터 시작되는 난이도 높은 3개홀인 ‘베어트랩’이 언론에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대회의 색다른 덫은 페어웨이 주변으로 펼쳐진 뻘이다. 그것도 챔피언코스의 6번 홀에서만 최근 4년간 세 번의 스트립쇼가 펼쳐졌다.

스태파니
션 스테파니는 혼다클래식에서 팬티만 입고 샷을 하는 승부욕을 보였다. [사진=PGA투어]

2016년에 장타자인 게리 우들랜드(미국)가 마지막 라운드날 파4 452야드의 이 홀에서 바지를 벗고 팬티샷을 했다. 티샷이 왼쪽 호주에 인접한 뻘로 향했고, 공은 진흙 경사지에 놓여 있어 그 자리에서 벌타 없이 쳐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탠스를 해야 할 지점은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우들랜드는 상의는 그대로 입은 채 바지와 골프화 양말까지 벗고 물로 들어갔다. TV카메라가 자신을 촬영하는 것도 아랑곳않고 골프에 집중한 채 경사지에 놓인 볼을 잘 쳐냈다. 이후 우들랜드는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진 공을 멋진 벙커샷으로 건져냈고 그 홀을 파로 마무리했다. 이듬해인 2017년 2월25일 2라운드에서는 스탠손의 이른바 ‘팬티 샷’이 재연됐다. 역시 파4, 479야드의 이 홀에서 한 션 스테파니(미국)의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더니 페어웨이 옆 248야드 지점의 호숫가 진흙에 빠졌다.

당시 컷 탈락을 앞두고 있던 스테파니는 벌타를 받지 않고 그냥 치기로 결심했다. 신발, 양발, 바지를 벗은 그는 흙이 튈까 봐 셔츠까지 벗고 팬티만 입은 채 두 번째 샷을 했다. 노력은 허사였다. 진흙과 함께 튕겨나간 볼은 고작 44야드(약 40m)를 전진하는 데 그쳤고, 홀까지 164야드를 남겼다. 세 번째 샷으로 홀 3m로 보내면서 보기로 마친 스테파니는 결국 이날 이븐파 72타를 치면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홍보마인드가 발달한 골프장이라면 아예 이 홀을 ‘스트립홀’이라고 이름붙일 만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홀에서 옷을 벗었던 선수들의 사진을 실물 크기로 인쇄해서 뻘에 세워두어 재미난 이벤트로 승화시킨다. 물론 선수들이나 투어에 소정의 로열티를 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매년 이 홀에서 누가 과연 옷을 벗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대회 흥행을 위한 슬로건은 ‘누가 골프를 따분하고 재미없다 했나?’ 혹은 ‘이보다 더 벗을 순 없다’ 정도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