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소비자물가가 올들어 2개월 연속 0%대의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근원물가는 1%대를 유지하며 전체 물가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가 0.5% 상승하는데 머문 반면 근원물가는 이의 2배를 크게 웃도는 1.3%에 달했다. 이러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역전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부터 11월까지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보다 낮게는 0.2%포인트에서 높게는 0.8%까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으나 지난해 12월 두 물가가 1.3%로 동일한 모습을 보인 후 올들어서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웃돌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모든 조사대상 품목에 가중치를 더해 산출하는 종합지수이지만, 근원물가는 계절적 변동이나 대외 변수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해 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을 측정하며 한국은행은 이를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올들어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것은 지난해 초 이상한파 등으로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농산물 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또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 가격이 급락한 영향도 크다.

실제로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5.1%나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를 0.27%포인트 끌어내렸고, 석유류도 11.3%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를 0.25%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이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0.8%포인트 높았던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지만, 근원물가는 지난해 이후 1% 전후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근원물가 움직임을 볼때 한은 통화정책 기조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근원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며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올 1분기까지는 예상보다 낮은 물가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오는 5월 유류세 인하 종료와 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1% 초반대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를 점쳤다.

씨티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개인서비스 부문의 물가압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제심리 약화로 제한적인 가격전가를 전망했다. 노무라는 부동산시장 조정에 따른 전월세 비용의 하락과 명목임금 상승세 둔화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 축소 등으로 내년까지 물가목표인 2%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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