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 만성질환 정복 박차 폐암 생존율 2배 높인 ‘키트루다’ B형간염치료제 ‘헤파빅-진’ 상용화 항궤양제·이상지질혈증 신약까지 주요 질환 치료제 선점경쟁 치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5대 질환은 암, 당뇨,·고혈압, 혈관질환, 위장관질환, 간질환이다.

제약사들은 당장 돈 잘 버는 상품 보다는 우리 국민 고질 병을 고칠 약을 먼저 개발해보려는 약업건민(藥業健民)의 소명을 놓을 수 없어, 늘 ‘대형화’의 기로에서 주춤한다. 그래서 제약사의 보수적인 확대재생산 과정엔 애틋한 구석이 있다. 다른 산업이 흔히 구사하는 페이스리프트(face-lift)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제약엔 없다.

한국제약의 역사는 5대 만성질환 정복사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데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가 주요 질환 치료제를 선점한 가운데, 토종기업들도 당뇨, 간, 위장관ㆍ소화기계 질환 등 분야에서 후발신약의 강한 효능으로 세를 넓히는 상황이다.

▶폐암= 20일 국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2~2016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6%로 높아졌지만, 폐암은 27.6%로 낮다.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치료옵션이었지만, 2017년 3월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는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미국 임상종양학회 저널 1월호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첫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전체 생존기간은 30개월로, 항암화학요법(14.2개월)에 비해 생존 기간이 2배 이상 연장됐다고 전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에는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보령바이젠셀, 에이비엘바이오, 암젠, 애브비 등이 조금씩 다른 기전과 양태로 개발중이다.

▶당뇨=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슈가논은 경구용 혈당강하제이다. 식사 및 운동요법 또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다. 이는 혈당을 낮춰주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인 DPP-4를 억제해 GLP-1의 작용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당뇨병을 치료한다.

슈가논의 주성분인 에보글립틴의 선도화합물은 2005년에 최초로 개발됐고, 2012년 인도에 기술수출됐다. 2015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26호 신약으로 허가 받고 이듬해 시판됐다. 성분명 에보글립틴은 기존 유사계열 치료제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는 의미의 ‘진화:에보루션(Evolution)’를 품었다. 올 4월 인도에서 시판되고, 러시아, 브라질에서도 임상 막판 3상이 진행돼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심혈관계와 연관된 당뇨치료제로는 아스트라 제네카의 ‘포시가’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활용되고 있다. 넉 달전 미국심장협회가 이 치료제의 심혈관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B형간염=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3억명에 달하고, 이들 중 상태가 악화돼 간경변 내지 간암으로 발전해 연간 78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토종 바이오신약의 개발이 코앞에 다가왔다.

GC녹십자는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 ‘GC1102’(헤파빅-진)이 상용화를 위한 최종 임상 단계인 2/3상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 약물은 그 동안 GC녹십자가 혈우병치료제, 헌터증후군 치료제 등을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세계적 수준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아직 세계적으로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적용된 성공 사례는 없다. 기존 혈장유래 제품보다 항체의 순도가 높고 바이러스 억제 능력도 뛰어나며 약물 투여시간을 기존 제품의 1/60 수준까지 줄일 수 있어, 2013년 미국(FDA), 유럽(EMA) 당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기도 했다. 제조 비용 절감으로 환자의 약값 부담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위장관=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차세대 항궤양제 후보약물 DWP14012(대웅제약)는 지난해 초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과제로 선정돼 그해 말 임상 막바지, 3상에 돌입했다.

DWP14012는 ‘가역적 억제’ 기전을 갖는 위산펌프 길항제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PPI 기반의 위산분비저해제를 대체할 차세대 약물로 기대된다. DWP14012는 임상 2상 시험에서 점막손상에 대한 치료율이 PPI 대비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PPI들과 달리 초기 7일 이내에 빠른 증상 개선 효과를 발휘했고, 간독성 등의 부작용 우려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대웅제약측은 설명했다. 2020년 국내 허가를 목표로 막바지 정밀 효능확인작업이 진행중이다. 글로벌 항궤양제 시장은 2021년 400억달러(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와 함께 3대 심뇌혈관계질환 위험인자인 이상지질혈증은 모든 직장인들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고 탄식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표준요법인 스타틴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심근경색 등을 겪었거나 유전적 요인 등으로 유독 콜레스테롤 조절이 어려운 환자군에겐 치료에 한계가 있다.

이처럼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를 위해 스타틴 국내 허가(1990년) 이후 20여년 만에 PCSK9 억제제 계열의 이상지질혈증 신약이 새롭게 등장했다. PCSK9 억제제는 국내에서 2017년 1월 최초로 허가된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의 ‘프랄런트®(성분명: 알리로쿠맙)’ <사진:사노피 연구진> 등 총 2가지 약제가 허가돼 있으며, 국내외 치료지침에는 스타틴으로 충분히 치료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치료를 위해 권고되고 있다.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