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가 가진 심판 권한을 모두 행사한 ‘5기 재판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서기석(67ㆍ사법연수원 11기), 조용호(65ㆍ10기) 재판관 퇴임식을 열었다.

보수성향으로 평가받는 서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는 파면 의견을 냈다. 지난 2014년 ‘집회 물대포 발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각하’ 처분을 한 다수의견과 달리 이정미ㆍ김이수 재판관과 함께 ‘위헌’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1일 낙태죄와 관련해서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서 재판관은 “지난 6년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겪었고, 정제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 헌재로 쏟아져 들어왔다”며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정치적ㆍ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열린 시각으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냄으로써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화합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이시대 우리 재판소가 수행해야 할 역사적 소명이라고 믿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조 재판관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면 이제는 재판관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면서 “6년 동안 내린 많은 결정에 대해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서는 한편,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벗는다는 홀가분한 느낌도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재판관은 “결정문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폭넓은 설득력과 미래에도 생명력을 가진 균형잡힌 결정문을 작성하고자 노력했다”면서 “무미건조한 법논리만의 전개에 그치지 않고 저 나름의 멋내기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다”고 덧붙였다. 조 재판관은 헌재 결정문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문장을 담아 화제가 됐었다. 2016년 헌재가 성매매 처벌법에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위헌 반대의견을 내며 ‘동냥은 못 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며 성매매 여성을 동정하는 문장을 적은 게 대표적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위헌법률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헌법소원 심판을 관장한다. 서 재판관과 조 재판관이 속했던 5기 재판부는 헌재 역사상 유일하게 다섯 가지 심판사건을 모두 다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던 결정이나, 정당을 해산한 결정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매우 드물어 헌정사에서 꾸준히 언급될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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