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기업문화와 유사한 日, 경영진 주도에 직원 인센티브로 독려 - 해외 기업문화 국내 적용…기존 방식에 대한 관성 극복이 과제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기업 문화의 혁신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기존의 경직된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발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선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흔히 ‘FANG(Facebok, Amazon, Netflix, Goolgle)’으로 대변되는 IT 기업의 사내 문화가 자주 회자된다.

비단 이들 기업들 뿐 아니라 우리와 기업 문화가 흡사한 일본 기업들의 변화 시도도 좋은 벤치마킹의 사례도 꼽힌다.

고착화된 기업 문화의 혁신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과 직원들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의 결단ㆍ인센티브 지급은 필수= 한국 만큼이나 야근이 일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 기업들의 기업문화 개선 사례는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진의 결단이 전제돼야 ‘혁신’의 시작이 가능해진다.

전동 모터를 생산하는 일본 니덱(Nidec, 일본전산)사는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이 ‘2020년까지 생산성 2배, 잔업 제로’를 목표로, 일하는 방식 개혁에 1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근무시간 감소로 확보한 잔업수당 재원을 구성원 인센티브와 교육에 활용했다. 개혁 1년만에 월 평균 초과 근무를 기존의 절반 이하인 14시간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경영진의 결단이 있더라도 직원들의 참여가 없이는 기업문화가 바뀌기 쉽지 않다. 일하는 방식 개선이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항상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업무 변화에 대한 수당 감소를 보상해 주고 변화에 동참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수라는 조언이다.

스미토모 계열의 IT 시스템 개발 회사인 SCSK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잔업수당과 반대로 잔업 감축 목표를 달성한 부서와 개인에게 부여되는 이른바 ‘역(逆) 잔업수당’이 대표 사례다. 잔업을 해야 수당이 생긴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적게 일하면서도 성과를 냈다면 추가적으로 보상을 받도록 한 파격이다.

SCSK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백업(Back-up)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유급 휴가를 모두 사용한 직원에게도 가정사나 건강 등 사유가 있을 경우 5일까지 추가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 기업들도 체질 개선…문화적 차이 극복 과제도=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발표한 신(新)인사시스템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조직문화를 둘러본 직원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작년 9월 30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신사유람단’은 ‘FANG’ 기업들과 인텔 등을 방문해 이들 기업의 기업문화 및 인사제도를 배웠다.

인텔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실리콘밸리 문화를 몸으로 익힌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상대평가 폐지는 ‘직원을 줄 세우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넷플릭스는 직원 간 과도한 경쟁이 협업체계를 무너뜨려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다.

4단계(사원ㆍ선임ㆍ책임ㆍ수석)였던 직원 호칭을 TL(Technical Leader 또는 Talented Leader) 하나로 단순화했다. ‘권력과 권위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가로막는다’는 인텔의 인사철학을 차용했다.

구글이 매주 금요일 경영진과 임직원 간 간담회를 갖거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실패를 통해 배운다’며 ‘페일콘(failure conferenceㆍ실패회의)’을 개최하는 사례도 국내 기업들에 소개되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해외 사례를 국내 기업들이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고방식이나 생활패턴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를 지적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전자업계에 종사한 지 10년째인 한 업계 관계자는 “수평적 인간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중립적인 호칭으로 바꾸면서 상사ㆍ부하 개념이 희석될 순 있겠지만, 정작 업무에서 신속한 일처리를 위해서는 기존의 선후배 개념이 유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중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보고체계를 간소화하는 분위기지만 업무 지침이 모호하면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담이 더 커지고, 심지어 이미 착수한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성공 비결은 결국 철저한 기본기다. 작은 기본기의 차이가 큰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근로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든 현실을 반영해 과거와 다른 일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은 특별한 기법보다는 결국 기업과 일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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