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탁구연맹(회장 손범규)과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월간탁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탁구 명문교를 찾아서’가 벌써 8번째다. 앞서 전통의 명문에 신흥명문 등을 고루 찾아다녔지만 호수돈은 탁구 외적으로 살짝 기대가 됐다. 학교 자체가 워낙에 오래됐고, 또 탁구에서도 ‘레전드 수비수’ 김경아(42 대한항공 코치) 등 좋은 선수가 다수 배출하며 전통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 한국탁구보다 오래된 학교찾아보니 한국에 탁구가 도입된 것은 대체로 1924년 경성일일 신문사가 개최한 제1회 탁구 경기대회를 시초로 삼는다. YMCA가 연 제1회 조선 탁구대회는 1928년 2월이다. 이 무렵 대회가 열렸으니 탁구는 이보다 조금 앞서 ‘조선’에 보급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중고탁구연맹(회장 손범규) 산하 학교팀에 한국 탁구의 역사보다 오래된 학교가 하나 있다. 대전 한복판에 위치한 호수돈여중·고다. 19세기의 끝자락인 1899년 12월에 미국인 여선교사 캐롤(Carroll, 한국명 갈월)이 주일학교 형태로 개성에 이 학교를 열었다(개성여학당). 1904년 정식학교로 설립한 것(공식개교), 또 1908년 지금의 ‘호수돈’으로 교명을 바꾼 것도 모두 한국탁구보다 앞섰다. 100년 전 3·1운동 때 호수돈 학생들이 참가했으니 유구한 역사는 두 말이 필요없다. 호수돈은 개신교(감리교)단체 홀스턴(holston)에서 따온 것이다(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중등학교는 1885년의 배재고이고, 여학교로는 1886년 이화, 1887년 정신, 1898년 배화 등이 호수돈에 앞선다).호수돈이 배출한 동문으로는 시인 모윤숙, 유안진 전 서울대 교수,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장군 양승숙, 방송인 지승현 등이 있다. 탁구는 김경아 김민희 지수란 등이 있다.
■ 탁구는 개성시절부터대전 한복판(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호수돈여중·고의 탁구전용연습장은 인상적이었다. 교사(校舍) 뒤편, 작은 마당과 함께 놓인 단층건물이었다. 학교 정문이나 운동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마치 숨겨진 정원 같았다. 별도의 체육관이나, 강당을 사용하는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이 때문에 ‘역시 전통!’이라고 잠시 착각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기존에 쓰던 학교체육관이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과 겹치며 불편이 많아지자 2016년 12월 급식시설을 개조해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해도 탁구대 10대가 놓여 있고, ‘적송관’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는 이 전용연습장은 충분히 멋지다. 이곳에서 호수돈 여중 및 여고 선수들이, 그리고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서대전초등학교의 꼬마선수들까지 탁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호수돈 탁구부의 시작은 한국탁구의 시작처럼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한국탁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공식기록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제강점기인 개성시절에 이미 탁구부가 있었다고 한다. ‘대전탁구의 대부’인 박일순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전 대전시탁구협회장)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호수돈 탁구는 한국탁구에 있어 살아 숨쉬는 전통이라고 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도 탁구부가 있었고, 1970년대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호수돈 탁구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두에 한국탁구의 역사를 언급하면 1924년 이전에 탁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추측했는데, 그들 중 일부가 호수돈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쯤이면 체육사 차원에서 호수돈 탁구와 대전 탁구를 보다 정밀하게 다뤄야하는 수준이다. 호수돈은 농구, 정구와 함께 탁구부를 꾸준히 운영했다. 탁구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만 유지된 적은 있었어도 명맥을 계속 유지해왔다. 그리고 이 호수돈 탁구를 전국강호로 만든 것은 바로 박일순이다.
■ 호수돈의 박일순, 대전의 박일순1956년생인 박일순 처장은 좀 특별한 탁구인, 아니 체육인이다. 원동초와 유성중, 충남상고, 충남대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천부적으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고, 다소 늦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탁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청소년 대표까지 지낼 정도로 운동으로도 실력을 인정 받았다. 대학 졸업 후 1978년 12월 호수돈여고 탁구부 코치를 맡았고, 다음 해에는 정식교사가 됐다. 호수돈의 전성기는 박일순과 함께 했다. 호수돈의 교사로 20년이 넘도록 재직하면서 김경아를 발굴했고, 지도력을 인정받아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과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대는 대표팀 총감독을 맡았기도 했다. 박일순은 체육행정가로도 이름을 높였다. 대한탁구협회 전무와 부회장, 대전시탁구협회 회장, 대전시체육회 경기단체장협의회 회장, 대전시체육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6월에는 대전시체육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탁구인이 광역단체 실무총책임자가 된 것은 박일순 처장이 처음이다. 선수, 지도자, 교사, 체육행정가로 성공을 거듭한 박일순 처장은 강한 성격 탓에 일부 안티도 있지만 한국탁구의 주요인사이고, 또 대전탁구의 대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호수돈이 자리하고 있다. 사무처장을 하면서도 틈이 나면 호수돈 탁구장을 찾아 선수와 지도자들을 격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호수돈여고(교장 주금섭)의 최주성 코치는 “박일순 처장은 호수돈과 대전 탁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른이죠. 지금의 호수돈 탁구가 있기까지 정말 많은 헌신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최고(最高)를 겨냥한 최고(最古)’ 호수돈의 현재 호수돈은 독산고-문산수억고-근화여고와 함께 ‘전국 4강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단체전에서는 독산고와 문산수억고가 조금 앞서는 느낌이지만 대회마다 승패가 엇갈릴 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다. 개인으로 보면 이다은이 여고 간판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다은은 동기인 최해은(독산고), 유한나(문산수억고)와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이 3명은 최근 대회마다 서로 우승을 나눠가질 정도로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유한나가 일찌감치 좋은 성적을 냈다면, 이다은은 중3인 2017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지난해 정상을 찍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주성 코치는 “원래는 문산수억고의 안소연까지 4명의 선수가 여자 탁구의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죠. (이)다은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삼성생명 코치였던 유승민 IOC위원이 크게 될 재원이라며 실업팀으로 보내 훈련을 시켜보자고 했을 정도로 자질이 좋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2017년 중3이 되면서 전국 최고의 선수가 됐습니다. 2년 후배인 신유빈(청명중)에게 크게 못 미쳤으나 최근에는 맞대결에서도 접전을 펼칠 만큼 기량이 좋아졌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다은은 탁구인 최재향 씨의 딸로, 2018년 대한탁구협회의 신인선수상을 받았다. 호수돈여고 탁구는 김경아가 뛰던 1990년대 전국강호로 급부상했고, 이후 2008년 김민희가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하게 전국 4강권의 성적을 내왔다. 그리고 이다은이 합류한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 준우승, 개인전 우승(이다은) 등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다. 이다은을 필두로 윤아린 박성은(이상 2학년) 전여진(3학년) 등 단체전 전력이 좋다. 여인호 코치가 이끄는 호수돈여중도 2학년 김나영이 톱랭커로 자리를 잡았고, 김민지 진예원(이상 3학년) 김서현(2학년) 등 탄탄한 멤버로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영진(수자원공사 감독)-양미라 탁구커플의 딸인 김나영은 지난 3월 제57회 전국남녀중고종별탁구대회 여중부 정상에 올랐다. 최주성 코치는 “대전 탁구는 박일순 전 회장이 그 토대를 아주 잘 만들어놓았죠. 남자도 비슷하지만 여자는 서대전초-호수돈여중고-한남대-대전시설관리공단까지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완벽한 일관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의 기량향상은 물론, 향후 진로 등에서도 이점이 많습니다. 대전탁구의 중심에 호수돈이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지금, 최고(最古) 호수돈이 최고(最高)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인지 2017년에는 대전지역 탁구인들이 ‘호수돈 엘리트 후원회’를 결성해 도움을 주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박건태 기자]■ 레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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