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려한 선수진을 자랑하던 유러피언투어가 최근 스타급 선수들이 빠져나가 급속 쇠락하고 있다. 유럽 출신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존 람(스페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라이더컵에서는 미국을 압도하는 위세를 떨치지만 올해 유러피언투어는 미국PGA투어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보다 필드력(Strength of Field)이 약해진 듯하다. 유러피언투어 대회장에 모습을 보이는 선수 중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드는 선수들이 급격히 사라졌다. 최근 유럽 무대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은 생소한 이름이 많다. 올해 열린 18번의 대회에서 첫승을 기록한 선수가 신인이거나 중하위권을 헤매던 중고참 등이 절반인 9명에 달한다. 지난주 모로코에서 끝난 하산2세 트로피에서 조지 캄필로(스페인)는 무려 229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월드 골프랭킹 100위 이내 선수는 우승한 캄필로(90위)를 포함해 알렉산더 보크(스웨덴 84위), 톰 루이스(잉글랜드 65위), 아드리안 오테구이(스페인 76위), 주스트 루이텐(네덜란드 71위) 다섯 명에 불과했다. 출전한 156명 중에 월드랭킹 500위권 밖의 선수는 47명에 달했다. 랭킹이 평가하는 최하위인 2045위도 6명이나 됐다.
유럽 출신의 스타급 선수들이 PGA투어로 보따리를 싸고 떠난 건 몇 년 전부터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CEO가 지난해말 매킬로이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실패하면서 한 해 최소 출전 경기수를 간신히 채워주던 선수마저 유러피언투어를 외면했다. 2주 뒤에 열리는 브리티시마스터스의 호스트 격인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역시 PGA투어에 주력하다가 이 대회만을 위해 고국에 잠시 귀국할 예정이다. 올해 유러피언투어의 레이스투두바이(상금) 랭킹 톱5 선수는 케빈 키스너(미국)를 선두로 셰인 로리(아일랜드), 저스틴 하딩(남아공),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이다.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그나마 병행하는 이들은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PGA투어 취리히클래식 시합장에 있었다. 유럽의 상금 랭킹 상위권이 모두 미국에서 활동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러피언투어가 이처럼 스타 선수들을 잃은 건 PGA투어와 너무 현격한 상금과 일정 격차 때문이다. PGA투어는 올해부터 대회 시즌을 한 달 정도 줄이는 대신 촘촘하게 대회를 꾸렸고 상금액을 대폭 올렸다. 올 시즌 46개 대회의 총상금의 평균은 764만7826달러가 된다. 유럽 대회와는 상금 격차가 워낙 큰 데다가 매주 대회가 열리고 포인트를 부여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뛰는 유럽의 스타 선수들이 PGA투어 중간에 유러피언투어를 끼워 넣을 여지가 없어졌다. 유럽에서의 전략 실패도 작용한다. 몇 년 전부터 유러피언투어는 미국 투어에 밀리지 않는 자구책으로 롤렉스 시리즈를 만들었다. 8개의 주요 대회를 골라 총상금 700만 달러 이상 올려서 PGA투어와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미국 대회 평균 상금보다 높은 액수였다. 스타급 미국 선수들까지 롤렉스 시리즈로 몰리길 바랐으나 미국서 활동하는 유럽 선수들조차 간헐적인 유럽 대회 출장을 꺼려하면서 ‘필드력(SOF)'을 얻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게다가 그 와중에 나머지 유럽 대회들은 소외되었고 대회와 상금액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 당장 올해 처음 만들어진 케냐오픈은 총상금 110만 유로로 치러졌고, 인도에서 열린 히로인디언오픈은 총상금 175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PGA투어 챔피언스투어 상금액 정도이며 웹닷컴투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2008년부터 6년간 한국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도 220만 유로로 한화로 33~35억원 사이에서 열렸다. 지금은 그에 비하면 신설 대회 개최하는데 절반 금액이면 된다는 얘기다. 유러피언투어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타급 선수가 유럽으로 몰리기를 바랐을지 모르지만 오판이었다. 결과적으로 투어는 하향 평준화했다. 롤렉스시리즈에 묶이지 않은 중소 대회들은 소외되면서 상금을 인상하지 않거나 중단되었고, 신설 대회들은 적은 상금액으로 유치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하나의 투어 안에서 대회마다 상금 편차가 최대 8배 이상 나는 시장이 되다 보니 유망주는 유럽 투어에 머물기보다는 황금 시장인 미국 무대로 서둘러 떠났다. 결국 유러피언투어를 대표할 선수가 없어졌다. 모래사막과 거센 바람 부는 링크스를 누비고 극복하는 야성 넘치는 유럽의 전사들이 사라진 것이다. 스코틀랜드를 지키던 콜린 몽고메리, 스페인의 샷 마술사 세베 바예스테로스 등은 없다. 오늘날 유럽 태생 스타들은 미국에 집을 사서 살며 미국투어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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