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영상언어 자유자재 활용 작품의 장르·소재 등 무한 확장

갤러리ERD, 네마냐 니콜리치 개인전 시각예술·영상 연결 인생테마 풀어내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생산방식에도 매여있지 않는 이들의 작품은 ‘무한한 확장성’을 기본으로 한다. 생경한 듯 감각적인 이들의 작업이 미술지평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사진은 갤러리 ERD의 네마냐 니콜리치 개인전 전경(위)과 갤러리바톤의 휴 스콧 더글라스 개인전 전경.  [갤러리ERD·갤러리바톤 제공]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생산방식에도 매여있지 않는 이들의 작품은 ‘무한한 확장성’을 기본으로 한다. 생경한 듯 감각적인 이들의 작업이 미술지평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사진은 갤러리 ERD의 네마냐 니콜리치 개인전 전경(위)과 갤러리바톤의 휴 스콧 더글라스 개인전 전경. [갤러리ERD·갤러리바톤 제공]

갤러리바톤, 휴 스콧 더글라스 개인전 다양한 예술기법으로 ‘인류세‘ 재해석

‘인종이 다르다’는 평가까지 받는 밀레니얼 세대.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1981~96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미레니얼세대로 규정한다. 이 시대의 작가들이 주류 미술시장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전 작가들과 어떤 차이점을 보이며, 미술 지평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때마침 작지만 개성이 강한 두 갤러리에서 밀레니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IT기술과 영상언어를 ‘네이티브’로 사용하는 이 세대 작가들의 작업에선 ‘무한한 확장성’이라는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

▶갤러리ERD, 네마냐 니콜리치 개인전= 용산 경리단길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자리한 갤러리 ERD는 세르비아출신 작가 네마냐 니콜리치(Nemanja Nikoliㆍ32)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작가는 시각 예술과 영상 언어를 연결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통적 드로잉 방식은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이미지들이 갖는 속성을 이용해 작품의 개념적 확장과 다듬기를 계속한다.

시각적으론 추상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처럼 보이는 니콜리치의 페인팅 작업은 일종의 도식적 코드처럼 읽힌다. 특정 영화에서 출발한 작업이지만 원본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없이 반복되는 간단한 이미지들은 “영화의 네러티브나 스토리가 아닌 프레임, 컷, 그리고 상호간의 개조에서 나타나는 리듬과 같은 영화의 코드들”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내러티브로 영화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반복과 형식에 입각해 영화를 해석하고 해체하기에 결과물은 이미 원본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독립된 시각물로 나타났다. 결국 작가에겐 영상물, 회화, 드로잉이 다른 영역이 아니다. ‘영상 이미지’라는 인생테마를 풀어내는 다양한 방법일 뿐이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 자라난 밀레니얼 세대의 한 풍경이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갤러리바톤, 휴 스콧 더글라스 ‘하드레인’=최근 다양한 문화예술 스팟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독서당로에 자리한 갤러리바톤은 휴 스콧 더글라스(Hugh Scott-Douglasㆍ31)의 국내 첫 개인전 ‘하드 레인(HARD RAIN)’을 개최한다.

캐나다 출신인 더글라스는 ‘인류세(人類世ㆍAnthropocene)’를 다각적 관점에서 환기시킨다. 인류세란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 인류의 활동으로 자연이 파괴되기에 이르렀고 지구 환경체계가 급변한 시대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주요 시리즈 ‘무역풍(Trade Winds)’과 ‘자연사(Natural History)’를 소개한다. 무역풍 연작에서는 해상 운송 추적 프로그램인 ‘플릿몬(FleetMon)’을 통해 얻어낸 해류와 풍류 데이터를 활용했다. 바다의 움직임만으로도 무역항로, 화폐와 상품의 유통 등 인간의 경제활동 패턴이 드러나는데, 작가는 이를 조작해 스크린 프린팅한다. “식민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서구 열강의 경제발전은 맵핑(mappingㆍ지도화)에서부터 시작했다. 항구들은 자연에 대항한 인간의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들끼리의 정치경제적 대항을 담아낸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번 추출한 이미지를 인쇄해 실재하는 현실을 감춘다. 결국 관객이 만나는 결과물은 원본을 짐작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다. 레이저 커팅, 프린트, 수치 데이터 등 광범위한 기법과 매체를 사용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생산방식을 마음껏 오간다. 일반적 장르 구분으로는 규정조차 어렵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자연사 연작은 뉴욕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해양생물관에 전시된 야생 동식물 모형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활용해 작업한 프린트 회화다. 실제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는 인류세의 풍경이 작업의 바탕에 깔렸다. 전시는 5월 17일부터 6월 19일까지.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