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별세 병균 불신 딛고 500억병 판매신화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로 고용창출 “과학기술이 국가 미래” 통큰 지원 장학재단 설립 등 사회적책임 관심
야쿠르트로 국내 유산균 발효유 시장을 연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지난 26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서울 잠원동 본사에 출근해 사옥 구석구석을 살피고 사회공헌활동 등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부지런함이 몸에 밴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나서는 것은 싫어해 주변 권유에도 자서전 한 권 남기지 않았다.
▶불신받던 발효유, ‘국민간식’으로= ‘건강사회건설(健康社會建設)’. 야쿠르트의 탄생은 1969년 설립된 한국야쿠르트의 창업 이념과 맞닿아있다. 윤 회장은 먹고 살기 팍팍한 국민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기능성 음료를 개발하고자 했다. 당시 정부는 적극적인 축산진흥정책을 펼치며 우유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생소하다보니 버려지는 양이 많았다. 이에 윤 회장은 남아도는 우유를 발효시킨 후 당을 첨가한 야쿠르트를 떠올렸다. 당시 한국의 기술 만으로 유산균 발효유를 생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일본 야쿠르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1971년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야쿠르트 출시 초기엔 ‘균을 어떻게 돈 주고 사먹느냐’, ‘병균을 팔아먹는다’는 등 불신이 컸다. 이후 적극적인 샘플링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해가면서 판매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1977년에는 하루 판매량이 100만병을 넘어섰다. 당시 윤 회장에겐 독자 기술력을 키워 유산균을 국산화하는 과제가 남아있었다. 한국야쿠르트는 1976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1981년 자체적으로 야쿠르트 생산에 필요한 종균 배양에 성공했다. 첫 제품 출시 이후 야쿠르트의 누적 판매량은 500억병에 이른다. 한국야쿠르트는 2009년 식품업계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유통역사 한획=윤 회장은 1971년 야쿠르트를 내놓으면서 ‘부인(婦人) 판매제도’를 도입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의 시초다. 당시 윤 회장은 야쿠르트가 유통 과정에서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유통회사에 맡기기보다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47명으로 출발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1998년 1만명을 넘어섰다. 윤 회장은 이같은 획기적 방문판매제도로 유통역사에 한 획을 긋는 동시에, 주부들을 대상으로 이를 도입하면서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쿠르트가 국민간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도 야쿠르트 아줌마 덕이 컸다. 현재 1만1000여명이 소속돼 활약하고 있다.
▶이웃에 관심…‘과학기술’에 통큰 지원=윤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늘 강조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전문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왔다. 그러면서도 사회공헌활동은 최근까지도 본인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5년부터 전 임직원이 참여해온 ‘사랑의 손길펴기회(舊 불우이웃돕기위원회)’는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우덕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윤 회장의 과학기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해왔다. “과학기술에 국가 미래가 달려있다”는 소신으로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1979년부터 후원해왔다. 회사 매출이 급감했던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도 이 대회 지원은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가 식품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던 것도 과학기술에 대한 윤 회장의 남다른 애정 덕이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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