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협의회 갖고 日무역보복 대응계획 논의
-산업부,기업애로 해소 11개 업종별 점검회의
-금융위, 6조원 이상 유동성 확보 지원 대책발표
[헤럴드경제=신대원·강승연 기자] 일본이 한국 상대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결정하면서 한일관계가 파국을 맞이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일본 경제보복 피해기업을 구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전방위로 가동하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기업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4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세부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 잇단 무역보복을 ‘경제침략 행위’로 규정했다. 당정청은 당을 중심으로 한 상시 ‘당정청 비상대책기구’의 설치도 추진키로 했다.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는 그동안 일본 수입에 의존해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과 예산, 입법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윤모 장관 주재로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11개 업종별 협회·단체 대표와 업종별 영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정부와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산업별 영향과 대응책을 점검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로봇, 기계, 디스플레이, 화학, 섬유, 철강, 전자정보통신, 조선 등 11개 업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따른 업종별 영향과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기업의 애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업종별 대표는 “각 업종의 상황에 맞는 대응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기업의 수급차질 방지와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종합 대응계획과 조만간 발표 예정인 ‘소재·부품·정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장관은 “소재·부품·장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수요·공급기업 간 원활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업계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효율적으로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규 유동성 공급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최종구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등과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간담회’를 열고 기업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피해기업 전용 지원 프로그램을 총 3조8000억원 규모로 신설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기업의 수입 다변화를 위해 2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신규 유동성 공급 확대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이지만, 수입 다변화에는 예외적으로 대기업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입보험 한도 우대와 보험료 할인에 나서고, 수출입은행은 수입 규제 품목을 수입하려는 기업에 대해 수입 자금 대출한도를 기존 80%에서 9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또 대기업에 0.2%포인트, 중소기업에 0.5%포인트 대출 금리를 인하해줄 계획이다.
앞서 일본 아베 정부는 우리의 결사적인 반대와 세계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지난 2일 제외함으로써 사실상 전면적인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이는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감은 물론 양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기고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을 훼손해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아베발(發) ‘위험한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는 게 글로벌사회의 중론이다.
실제로 태국 방콕에서 사흘간 진행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다자회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들에는 보호무역주의를 경고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내용이 강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2일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3일 열린 한-메콩 회교장관회의의 의장성명에는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지지 입장이 적극적으로 표명됐다.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6항에는 “장관들이 무역 긴장 고조와 이것이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며 “장관들은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다자 무역체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의 거세지는 물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일본의 한국을 향한 부당하고도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린 결과라는 평가다.
한편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의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일단 국내적으로는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 대체 등을 위한 세제·재정·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일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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