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회사 차원 소송 가능성

당국 “징계수위 낮아졌는데

소송제기 의도 의심스러워”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자사의 발행어음 부당대출과 관련해 제재를 부과한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아닌 개인이 소송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회사 차원의 소송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투증권 상무보 A씨는 최근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재제에 대한 소송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로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 5000만원과 임직원 주의·감봉 등의 재제를 부과했다.

이번 A씨의 소송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징계수준이 낮아진 상황에서도 소송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 소송이긴 하지만, 향후 판결 이후 회사에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존 판결이 뒤집히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아닌 개인이 소송에 나선 것에 대해 금감원과 대결 양상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이번 제재는 한투증권은 물론 SK 쪽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한투증권으로선 금융당국의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 1673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16차’와 총수익스와프(TSR) 계약을 통해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 부당하게 대출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은 자본시장법상 개인대출이 금지돼 있다.

키스아이비제16차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19.4%을 실제로는 최 회장이 보유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이 지분이 최 회장 소유로 인정되면 SK실트론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최 회장이 또다른 SPC와도 SK실트론 지분 10%를 놓고 유사한 계약을 맺고 있어 실소유 지분이 30%에 육박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회사가 200억원 이상 또는 연 매출의 12% 이상을 내부적으로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SK실트론의 내부거래 비중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대출이 부당했다는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처음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며 “발행어음시장은 물론 다른 부문에서도 계속 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10조원에 이르는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발행어음 불법 대출 문제로 인해 자격시비에 휘말려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회사 차원의 소송이 아닌 한 개인의 소송”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는 행정소송을 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