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여의도 증권가에 한화투자증권의 파격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고객과의 신뢰회복’을 외치며 등장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과감한 실험으로 금융투자업계에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주 사장이 단행한 개편은 한둘이 아니다. 개인별 성과급을 폐지한 것은 인센티브가 기본 급여보다 더 중시되는 증권가에선 충격적인 조치다. 대신 조직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증권사 신뢰 추락의 원인이 투자자의 수익률보다 매매 수수료 올리기에 급급한 영업 행태 때문이란 자성의 결과물이다.
과다한 주식매매가 투자자 수익률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한 것도 “치부를 드러내야 새로워질 수 있다”는 주 사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펀드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운용 철학과 장기수익률 등을 고려해 소수의 코어(core)펀드만을 판매하고 있다. 계열사 위주의 판매나 잦은 환매로 수수료 챙기기가 신뢰 하락의 원인이란 반성 때문이다. 또 장기투자 문화를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레버리지펀드의 신규판매는 중단했다.
리서치센터도 뜯어 고쳤다. 매수 일색이던 레포트에 매도 의견 비중을 높였다. 해당 종목 투자자의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도, 기업의 반발에도 전문성과 소신을 갖고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또 지나치게 전문적이어서 일반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레포트는 지양하고 알기 쉽게 풀어 쓰면서 개인투자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엔 자본건전성과 고평가 여부 등을 고려해 손실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고위험등급 종목’ 80개를 선정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지난 1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며 파격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주 사장의 정책에 공감하며 거액의 자산을 맡긴 투자자도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소한 2015년말까진 지점장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직원들이 안심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정착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혁신에 직원이 이탈하는 등 단기적인 진통은 피할 수는 없다. 성과급 체계 개편 후 일부 영업사원이 이탈했고 매도 레포트에 불만을 품은 애널리스트 10여명이 사표를 썼다. 윤수영 우리자산운용 사장은 매매회전율을 놓고 주 사장과 온라인상에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서성원 한화투자증권 리테일본부 실장(상무)은 “개혁의 시작은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다”며 “고마진 상품 위주의 판매나 과도한 주식매매 권유 등 증권사와 직원의 배만 불리는 ‘나쁜 이익’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추진하는 만큼 꾸준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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