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종㈜KTMI대표
△주성종㈜KTMI대표

전 세계가 불평등심화, 공동체붕괴,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갈망과 분노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최전선에 떠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위기의 선에 서있다.

과거를 거슬러 ‘지난 2016년 뜨겁게 불태웠던 촛불항쟁’도, 최근 들끓었던 ‘조국 사태’도 그 심층에는 정의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당위적 기술을 넘어서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의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해 모순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의를 평등과 공정성, 공동체로 나누고, 각각에 대해 해석을 한 후, 이러한 문제를 논리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분석·비판하면서 비전과 대안을 모색해보자.

지금 이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은 사회를 해체할 임계점에 닿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라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분의 1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세계적 슈퍼리치 8명이 보유한 부를 모두 합하면 4260억 달러(한화 약 503조 원)에 이르는데, 이는 소득을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하위 절반인 36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하다.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총급여 기준 근로소득 상위 10% 180만 553명이 전체 근로소득 633조 6117억 원의 32%에 해당하는 202조 9708억 원을 가져갔다.

특히 상위 1% 18만 55명의 근로소득은 47조 5652억 원으로 전체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인당 평균소득은 2억 6417만 원에 달했다. 이는 하위 10% 근로소득자 1인당 평균소득 243만 원의 108.5배다.

배당소득의 경우에는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중이 45.7%, 상위 1%가 69%, 상위 10%는 무려 93.9%이다. 이자소득도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중이 18.3%, 상위 1%가 45.9%, 상위 10%는 90.8%이다.

불평등은 비단 빈부격차로 인한 부자와 빈자의 갈등과 대립, 투쟁으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사회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협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이 아닌, 경쟁과 힘에 의해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이에 따라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사회통합이 줄어들, 사회적 관계의 질은 내려가고, 범죄와 폭력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건강은 나빠지고 평균 기대수명이 떨어지며, 사람들 사이의 신뢰수준은 내려간다.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적대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여성의 지위도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국민 대다수가 가슴을 설레며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의 평등 없이 기회나 과정의 평등과 정의, 공정도 불가능하다. 불평등을 완화하지 않으면 다른 개혁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개혁은 법과 시스템에 이어 사람과 문화가 바뀌어야 안착하는데,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이 협력전략보다 지배전략을 선택하게 되고, 반개혁적 성향과 행동 등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자신과 자식들의 자본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리창’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권력과 자본·정보 등을 동원하여 제도와 법을 바꾸고 편법을 구사할 것이고, 서민 또한 탐욕을 키우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한 사회에서의 기득권층은 누구나 ‘나경원’과 ‘조국’이 될 수 있고,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단계에 위치한 하층은 누구나 ‘송파 세 모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사회에 불공정과 부당함이 만연하고 있다.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권력이 작동하고 자본이 영향을 미치면서, 갑질이 횡행하고, 권력과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그 가치가 분배되고, 혜택이 부여되는 등 이미 관례로 접어든지 오래다. 반면, 미투 운동과 촛불, 조국 사태 등에서 보듯 이에 대한 저항도 거세다.

한편 롤스의 정의론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사회구성원 사이의 권력 관계다. 공정함을 세우려면 가장 먼저 정의의 원리와 공정함에 대한 이성적 인식과 더불어 권력이 평등해야 한다. 검찰에서 입시, 사적인 인간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불공정은 근본적으로 권력이 비대칭인 데서 기인한다. 권력이 대칭이면 그에 따른 반발이 두려워 설혹 불공정을 범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곧 저항을 맞아 공정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피력하고자 하는 부분은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타자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이듯 정의는 자유, 진리, 평등, 생명, 평화 등의 가치와 만날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정의로 구현됨을 명심해야 한다. 가치 또한 개인의 힘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는 ‘상즉상입(相卽相入)’ 즉, 모든 현상의 본질과 작용은 서로 융합할 때 비로소 걸림 없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