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100채의 주택이 있다고 가정하자. 2019년 기준 아파트가 42.2채로 가장 많다. 단독주택은 28.7채, 다세대주택은 17.8채, 연립주택은 2.8채, 기타 8.4채를 차지한다.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은 모두 공동주택이라고 한다. 5층 이상은 아파트, 4층 이하 중 동별 건축연면적이 660㎡를 초과하면 연립주택, 660㎡이 안되면 다세대 주택으로 불린다. 기타는 비주거용 건축물 등으로 ‘고시원’, ‘쪽방’ 등이 속한다. 서울에는 비주거용 건축물에 사는 사람이 연립주택 거주자보다 여전히 많다. 아파트 42.2채 중 33.2채가 전용면적 85㎡ 미만이다. 서울에서 아파트에 산다면 10명중 8명(78.7%)이 국민주택 규모인 85㎡ 미만에 거주하는 것이다.
서울 주택 중 집주인이 직접 사는 집(자가)은 43.3채다. 나머지는 임대나 무상이다. 월세가 27.8채고, 전세가 25.7채다. 월세가 전세보다 더 많다. 이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울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다. 집값이 뛸 때 언제든 주택 수요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주택 100채를 가격별로 세워놓으면 50번째가 6억2427만원이다. 2019년 12월 기준인데, 1년 전(2018년12월) 5억5805만원보다 6622만원 올랐다. 아파트 42.2채를 가격 순위별로 따지면 가장 가운데인 21.1번째가 7억9757만원이다.
서울에서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곳은 단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다. 서울 전체 주택 중 17.4채에 해당한다. 강남권 주택의 절반인 9채는 아파트다. 이 9채의 아파트가 서울 주택시장을 흔든다. 일단 가격이 압도적으로 비싸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값은 16억7806만원이나 한다. 1년 전 2018년12월(14억9326만원) 대비 2억원 가까이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가격은 2.6% 올랐다. 거래가 활발한 아파트만 따지면 2.91% 상승했다. 정부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며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규제하고 있다. 지난달에 12·16대책까지 내놓아 사실상 대출을 통해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3%도 안되는 서울 집값 상승률이지만 정부가 폭등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건 이유가 있다. 총액 중심의 통계작성 방법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서울 주택 100채의 가격을 모두 1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서울 주택값의 총액은 100억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채가 1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면 주택값 총액은 100억1000만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감정원이나, KB국민은행 등 통계작성기관은 0.1% 올랐다고 발표한다. 말하자면 서울 아파트값이 0.1% 상승했다는 건 1억원짜리 서울 아파트가 모두 10만원씩 올랐다는 게 아니라, 그중 일부가 1000만원이나 뛰었다는 의미다.
여기서 시세 변동률과 체감 변동률의 차이가 생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값이 1억10만원으로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단 1000만원이나 오른 한 채를 떠올리며 서울 집값이 1억1000만원이 됐다고 여긴다.
서울 주택값이 2.91% 뛰었다는 건 100채가 모두 291만원씩 올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포에 있는 어느 주택은 5000만원이나 올랐을 수 있고, 강남에 있는 아파트는 2억원으로 뛰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인근 지역에 있는 기존 주택도 팔려고 물건으로 내놓진 않았지만 비슷한 가격대로 올랐다고 여긴다.
‘호가’ 중심의 시세를 믿지 말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이 맥락에서 허무한 메아리가 된다. 모든 주택이 거래되기 위해 나오지 않고, 그저 시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은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몇 년에 한번 실거래 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 집값은 주변 시장 상황에 따라 ‘호가’만 존재한다. 그러다 딱 한번 거래되면 그게 실거래가가 된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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