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이틀째다. 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는 노조원들이 여전히 텐트 농성을 벌이며 윤 행장의 출입을 막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7일 본점 앞에서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당한 후부터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길을 잡았다. 대화도 거부하는 노조와의 ‘출근길 힘겨루기’가 은행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윤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는 국책은행 역사상 최장기간 이어질 조짐이다. 명분은 왜 최고경영자를 은행 출신 인사에 맡기지 않고, 외부인사인 관료 출신에 맡겼느냐다. ‘관치’고 ‘낙하산’이란 논리다.
그런데 기업은행 노조는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그리고 한국노총과 공동으로 공공연히 ‘권력과의 거래’, ‘정치’를 운운하고 있다.
지난해 고객을 볼모로 한 KB국민은행 파업을 주도했던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최근 “새 집행부의 첫 사명은 기업은행의 낙하산 행장 저지”라며 “청와대가 금융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총선에서 후회할게 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놨다. 기업은행 노조는 또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정책을 잘못펼쳐 중소기업이 어려워졌으니 적임자가 아니라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신임행장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이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소기업들이다.
기업은행의 최대 고객인 중소기업들로서는 외부출신이든, 내부출신이든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신임행장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지연되면 경영공백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중소기업 금융서비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일선 지점은 이미 영업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매년 1월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원샷 인사’를 단행하기 때문에 매 인사때마다 지점장들이 대거 교체돼 왔다. 800명 정도의 지점장 가운데 200~300명 정도가 매년 자리를 이동했다.
지점장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영업점에서는 여수신 관련 의사결정도 늦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많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그 동안 중소기업 대출에 소홀했던 시중은행들도 관련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상황인데, 무방비 상태가 계속되는 셈이다.
게다가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계열사 사장의 임기는 일찌감치 끝났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는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윤 행장의 취임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오히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경영을 맡게 되면 그간 숙원이었던 기업은행의 현안이 풀릴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 수뇌부들은 대거 ‘금배지’를 달았다. 국책은행 최고경영자 선임절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후보를 내고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게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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