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본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연이어 한때 국내 헤지펀드업계의 총아로 주목 받았던 라임자산운용이 관리하던 사모펀드가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를 중단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투자 상품에서 손실을 보는 것은 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손실 자체를 가지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투자자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상당 부분은 불법적인 요소까지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서 상당 수 개인투자자가 책임투자라는 원칙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당한 피해를 입었음은 물론이다. 혼란이 금융시장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 감독 당국은 피해자 구제와 함께 유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감독 당국의 중요한 임무임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대처 방식이 우선 가려운 곳을 긁는 방식의 대증요법에 치우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지연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의 룰을 따르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현재의 규제체계는 그러한 환경변화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근본 요인이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추세적 저성장에 기인하는 저금리 현상 장기화와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말미암아 은퇴 후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하여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에 따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개연성이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차제에 기존 금융소비자 보호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변화된 금융시장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은 금융소비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상충하는 명제로 인식하고 양 자 간 균형을 취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의 강도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건이나 요인에 따라 규제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온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배제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추동적인 관계임은 많은 연구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금융 감독 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시장을 위축시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단편적인 비난에 얽매이지 말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율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하루라도 빨리 나설 필요가 있다. 작금의 사태로 인하여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훼손되어 최근 십여년간 공들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학계와 시장에 신뢰를 받는 인사들로 전문가 패널(expert panel)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율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점검 및 향후 정책 방향 제시를 임무로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금융상품의 설계, 자문 및 판매, 공시, 분쟁조정과 제재, 금융소비자 역량 강화 등 금융상품 거래 전 영역에 걸쳐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하는 새로운 규율체계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좀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학 교과서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 감독 당국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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