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글로벌 본드 최저금리 연달아 경신
민간기업 채권에 기준 역할… 코로나 우려 날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금리로 해외 채권을 발행하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금융시장의 충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활로를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11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이번 채권은 3년 만기 변동 금리채(7억5000만달러)와 5년 만기 고정 금리채(7억5000만달러)를 듀얼 트랜치 방식으로 발행한 것이다. 듀얼 트랜치는 만기, 금리 등 조건이 다른 두 개의 채권을 동시에 발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초 10억 달러를 발행하려 했으나 수요가 많아 5억 달러를 늘려 발행했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금리는 3년물은 3개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에 0.35%포인트(p)를, 5년물은 미국 국채(5년) 금리에 0.45%p를 각각 더한 수준에서 정해졌다. 5년물의 경우 산업은행이 1990년 미국 채권 발행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한 것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발행된 한국물(정부채 제외) 가운데 최저 금리 수준이다.
앞서 수출입은행도 지난 6일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만기 5년의 고정금리 채권으로,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0.475%p를 더한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이 역시 산업은행의 11일 글로벌 본드 발행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물 가운데 최저 금리 기록이었다. 해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예상보다 좋은 조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수출입은행 설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국가신용등급이 ‘AA’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신용등급이 계속 오른 거의 유일한 나라이며, 아시아에서도 홍콩,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AA’ 등급이 없다”며 “안전자산을 찾는 시중의 유동성들이 몰리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산은과 수은이 잇따라 낮은 금리로 해외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은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해외 자금 조달을 하는 데도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 금융시장 경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이 해외 채권 발행을 4월 이후로 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도 코로나 사태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민감한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은·수은이 발행하는 해외 채권은 우리나라 기업이 발행하는 해외 채권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며 “대규모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의 채권 발행은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 활로를 뚫어준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이지만 적극적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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