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1심 선고공판서 침묵·탄식 ‘살해’ 의붓아들 부친 “책임 물을것”

“피고인(고유정)에 대하여는 통상 이뤄지는 유족의 진술을 듣는 절차 외에 별다른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지난 20일 오후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고유정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제주지법 201호 법정 안.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를 지적하는 재판부의 설명에 이어 대다수의 예측과 달리 ‘의붓아들 A군(사망 당시 5세) 살해 혐의 무죄’ 선고가 나왔다. 법정 내 분위기는 적막했고 침묵이 무겁게 깔렸다. “아”하는 낮은 탄식만 새어 나왔을 뿐 야유나 고성 등은 들리지 않았다.

감정의 폭발은 모두 법원 밖에서 이뤄졌다. 고유정이 호송차를 타고 제주지법에 도착한 오후 1시20분께. 법원 입구에 모여 있던 마스크를 낀 중년 여성 4명은 호송차가 들어오자 고유정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고유정 들어온다. 마스크 벗고 소리 지르자” “고유정, 넌 사형이야” 등의 야유는 고유정이 호송차에서 내려 구치감에 들어간 후에도 이어졌다.

재판이 끝난 오후 2시50분께. 야유로 쏟았던 분노는 오열로 이어졌다. 새벽부터 제주지법에 와서 방청권 응모를 했지만 실패해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혜영(59) 씨는 “나도 이렇게 억울한데 유가족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겠나”라며 울먹였다.

A군의 친아버지이자 고유정의 현재 남편인 홍모(37) 씨도 재판 후 법원 밖에서 북받치는 감정에 목이 메어 울먹이기 시작했다. 홍 씨는 “이제 열흘(20일 기준) 뒤면 우리 아이가 사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라면서 “제3자의 침입이 없었고 부검감정서는 타살이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홍 씨 측 변호인도 “초동 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고유정에 대해 직접적인 유족 조사 외에 좀 더 구체적인 수사를 했더라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그게 너무 아쉽다”며 “부실한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과 국가에 꼭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이번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사건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던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지난 22일 경징계를 받았다. 의붓아들 살인 사건을 수사한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 대해선 감찰 조사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 아이의 죽음의 진실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라는 아버지의 울음에는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를 비난하는 느낌이 강하게 묻어 났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울먹임과 한숨을 토해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누가 죽였다는 겁니까?” 죽은 아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해 줄 수 없다.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수사의 역할 아니었던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