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무총장, 2월 언론브리핑
“코로나 백신 18개월내 준비” 눈길
통상 소요기간 10년 획기적 단축
‘플랫폼 테크놀로지’ 적용땐 가능
제넥신·국제백신硏 DNA백신 개발
이노비오, 내달부터 임상시험 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쳤다. 17일 오전 8시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18만2500여명, 사망자는 7160여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환자와 사망자가 얼마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있어 방역의 첫 번째는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이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강하고 빠른 전파력을 볼 때 어느 때보다 백신에 대한 간절함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18개월 만에 나온다?=백신 개발은 보통의 신약 개발 과정과 비슷하다. 기초연구를 통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과 독성을 알아보는 전임상시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3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람에게 투여해도 정말 효능이 있는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어느 과정 하나 건너뛸 수 없다.
백신 개발이 신약 개발과 비슷하다는 건 그 소요 기간도 비슷하다는 의미다. 즉 백신 역시 통상 10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인 상황에서는 10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10년 뒤에는 이 바이러스가 사라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자 전 세계 보건 전문가와 백신 연구자들이 발 빠르게 백신 연구에 돌입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이 들리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달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막을 첫 번째 백신이 18개월 이내에 준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플랫폼 테크놀로지’ 적용해 개발 기간 대폭 단축=10년이란 시간을 1년 반으로 줄인다는 WHO 사무총장의 발언은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에 참여하는 기업은 60여곳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백신 개발을 가시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도 시작됐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다. 노르웨이·일본·인도·독일 등 각국 정부와,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트 재단’이 기금을 출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CEPI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최근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CEPI는 통상적인 백신 개발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플랫폼 테크놀로지’라는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백신 플랫폼에 새로운 유전물질을 넣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CEPI는 지난 1월 DNA백신 개발사 ‘이노비오’와 RNA백신 개발사 ‘모더나’를 지원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모더나는 2월 말 코로나19 RNA 백신 후보 물질을 완성해 미국국립보건원(NIH)에 그 결과를 통보했다.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 후보 물질은 약 45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이 4월 시작될 예정이다.
DNA 백신 개발을 맡은 이노비오도 비슷한 속도로 백신 개발을 진행하면서 4월이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임상 1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많은 환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전성만 입증되면 바로 환자 대상 투약을 하고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플랫폼의 안전성은 증명이 됐기에 그 플랫폼으로 다른 백신을 만들어서 독성 시험은 건너뛰고 빨리 사람에게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플랫폼 기술은 국내 기업도 도전하고 있다. SK 바이오사언스는 지난 달 백신 제조기술 플랫폼 확보를 위한 R&D에 돌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넥신·국제백신연구소 등 컨소시엄 구성, 7월 임상시험 계획=한편 국내기업 중에도 본격적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든 곳이 있다. 제넥신은 지난 13일 코로나19 DNA 백신(‘GX-19’) 개발을 위해 바이넥스, 국제백신연구소, 제넨바이오, 카이스트, 포스텍 등과 함께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은 GX-19를 신속히 개발, 오는 6월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빠르면 7월 중 임상시험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제넥신이 빠르게 임상시험에 들어가려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식약처가 독성시험을 면제해줘야 7월쯤 임상시험이 가능하다. 컨소시엄은 이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노비오의 경우 과거 메르스 D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미 FDA는 동물 독성시험을 면제해 줬다. 이에 이노비오는 4월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백신 개발에 걸림돌도 있다. 가장 큰 건 바이러스가 변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기면 기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백신이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건 이런 이유다.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어도 그 사이 바이러스가 종식될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고착화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큰 돈을 들여 개발한 백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백신 개발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바이러스가 종식된 뒤에는 이런 간절함이 사라질 수 있다”며 “다만 몇 년 주기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것을 봤을 때 앞으로도 전염병 백신 개발은 경제적인 고려를 떠나 꼭 필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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