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탈시 자금조달 꼬여
시중 유동성 공급역할 해야
한은 채권매입 ‘단비’ 될수도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경제위기가 초래한 제로금리로 은행권은 ‘신용 경색’ 걱정이 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 등 돈 쓸 일은 많은데,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 질 수 있어서다.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신까지 위협받게 됐다. 한국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은행들의 이같은 사정을 읽은 결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한 달 간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은행들이 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규로 발행한 은행채보다 기존 은행채가 상환된 규모가 더 컸던 것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은행들이 신규로 발행한 은행채는 8조3800억원이고, 같은 기간 은행채 상환액은 9조3967억원이다. 순발행 규모가 마이너스 1조16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작년 같은 기간 은행채 발행액과 상환액은 각각 9조4900억원, 9조1501억원으로 순발행액이 3399억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안전자산인 은행채 수요마저 경색시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3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인데,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수요조사에서 2700억원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뒤늦게 부랴부랴 800억원을 유치해 35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극도로 치솟으며 채권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은행채 발행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만약에 수요 미달이 발생할 경우 (은행) 평판은 물론 신용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재원인 예금 확충도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쉽지 않게 됐다. 주요 시중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 조정 검토 중이다. 1% 초반대인 은행권 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질 경우 채권 등 다른 안전자산으로 예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 줄은 말라가는데 돈이 필요한 곳은 많다. 은행권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규모만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예대율 규제, BIS비율 관리 등을 위한 자본 확충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신용 재원은 부족하고, 향후 건전성도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한은은 공개시장운영의 대상 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은경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1년간 한시적으로 편입시킨 것은 은행에게 신용위험을 막기 위한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공급해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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