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받는데 기존 대출·신용도 등 문턱 높기만
신청한 이도 서류 9종 발품팔아 준비…한 달 반 기다려야
“수십조를 푼다던데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IMF때는 오히려 현찰이 빨리 돌아서 버틸만 했어요. 지금은 세월호, 메르스에 비할 수 없는 ‘핵폭탄급 충격’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 지원 규모 확대, 절차 간소화, 지원 대상 확대 등을 공언했지만 실제 소상공인들은 재정 지원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본지가 지난 25일까지 정책자금 대출의 문을 두드린 5명의 소상공인을 인터뷰했지만, 이 중 1명만 신청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관계 없이 지원하겠다거나 기존 대출이 있어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에 그쳤다.
전남 광주에서 식자재 도매상을 운영하는 A씨는 ‘기존 채무’라는 걸림돌에 막혔다. A씨는 “지역 신용보증기금에서 이미 2억원 이상 대출이 있는 사람들은 안된는다고 하더라”며 “가게 지을 때 받은 대출에 지역신보에서 B2B 신용보증제도 이용한 것, 대리점 개설할 때 몇 천만원 상품계약 해준것도 채무로 넣다보니 2억원이 넘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자동차 수리점을 하는 B씨는 지난주 코로나 지원에 한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받아주겠다는 뉴스를 보고 서류 5~6가지를 챙겨 은행까지 갔지만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지 못했다. 신용등급 8등급이라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1금융권 대출은 시간이 오래걸려 급하게 카드론을 쓰기도 한다”며 “한 번 연체하기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모든 지원에서 배제된다. 정책자금은 어려운 사람 순서가 아니라 신용도 좋은 순으로 받아가는 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 경주에서 식당을 하는 C씨도 신용등급이 낮아도 1000만원 한도까지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신보 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거절당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경북 지역은 지자체에서 1000만원까지 무담보, 무보증, 무이자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도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빨라야 다음달 초에 실행될 전망인데 C씨는 “하루, 이틀 버티는 것도 장담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은데, 다음달은 너무 늦다”고 호소했다.
도매업을 하는 D씨도 기존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 금융기관은 D씨가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등까지 포함해 대출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D씨는 “당장 현금이 급해 아파트를 팔까도 했지만 이 난리통에는 팔리지도 않는다”며 “노란우산공제 대출 같은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대출 신청에 성공한 소상공인 E씨는 신용등급 2등급이란 우수한 조건이 뒷받침됐다. 그것도 ‘간소화’라는 정부 설명과는 동떨어진 대목이 많았다. E씨는 “서류 14가지 중 내가 직접 뽑아야 할게 9가지였다”며 “동주민센터, 세무서, 은행을 다니며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금융거래 확인서 등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도나 금리도 일부 조정을 감안해야 했다. E씨는 “이자는 1.5%를 딱 정해주는게 아니고 2.8% 이자 중 일부를 거치기간 4년 동안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보전해주는 형태”라며 “보증재단에서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를 산정해서, 보전해주는 금리를 1.3~1.6%까지 다르게 책정한다 했다”고 전했다. E씨가 신청한 4000만원도 신용도, 부가세 이력 등에 따라 대출 규모가 적어질 수 있다. 그나마 한 달 반 후에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신청이 급증해 처리가 늦어진다는 ‘병목현상’만 탓하는 정부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도 내놨다. A씨는 “하루종일 전화 신청이 안돼 기관에 직접 찾아가는 소상공인들을 예약하고 오라며 다시 돌려보내더라”며 “현장에서도 예약을 받으면 처리가 빨라지지 않겠냐”고 제언했다. B씨는 “코로나 지원이 늦어지는 중에 소상공인들은 신용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는 신용도 평가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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