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인생 강연 토크쇼 KBS2 ‘도올학당 수다승철’에서 이승철은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철학자 김용옥과 가수 이승철이 뭉쳤는데, 이질적인 이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어떻게 형성될지 궁금했다.

도올 김용옥은 그리 새로울 게 없다. 철학의 다양한 주제를 말과 글의 형태로 전달해온 그는 여기서도 삶과 사랑, 욕망, 의(義), 아름다움(美), 과학과 기술 등에 대해 강연을 한다. 매회 초대손님도 있어,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도 제법 많이 포함된다.

여기서 이승철의 역할은 진행자는 아니다. 이승철이 보컬리스트라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음에도 도올과 게스트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이색적이다. 그런데도 이승철은 나름 자신의 위치와 지분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승철은 도올과 게스트와는 또 다른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전해주고 있다.

이승철의 강점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김용옥의 지식 방출에 움츠러드는 게 아니다. 거기에 대응하느라, 조금 아는 체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바를 자신의 언어로 얘기한다. 그래서 다소 무거운 김용옥의 강연장 같은 분위기를 좀 더 가볍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1회에서 초대손님으로 나온 정우성이 “잘 사는 게 뭘까?” “25년 동안 배우를 하면서 기성세대가 되어가는데, 나는 이 사회에 좋은 사람일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김용옥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본의 아니게 김용옥과 게스트가 한 편이 돼 이승철과 의견 대립을 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난다. 김응수 편에서도 그랬다.

이건 보기에 좋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승철이 김용옥의 견해와 달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이승철의 멘트는 가수로서 쓴맛, 단맛을 다 거치며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6일 방송되는 9회에서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출연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에 철학자 도올은 ‘과학과 기술’을 강의해 강연 배틀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도 이승철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창작, 감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승철은 창작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는 가수라는 직업은 절대 로봇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하자, 김상욱 교수가 “이미 노래하는 로봇이 있다”면서 노래뿐만 아니라 미술 등 창의력이 필요한 예술 분야에서도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철보다 노래 잘하는 기계가 나오면 이승철은 감동을 주는 가창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승철은 “어릴때부터 과학을 싫어했는데, 오늘 (김상욱 교수를) 뵙고나니까 과학이 더 어려워졌고 싫어졌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도올학당 수다승철’의 기본 구조는 잘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철학자 도올의 ‘지식’과 가수 이승철의 ‘감성’, 그리고 초청되는 특별 게스트의 ‘인생’ 이야기를 엮어 삶의 답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지식’과 ‘감성’에 ‘인생’ 이야기가 섞여진다.

이승철은 35년 가수 생활 동안 숙성된 자신의 감성을 풀어낸다. 지식과 감성, 인생 이야기가 어우러진 후 프로그램 말미에 이승철만이 할 수 있는 힐링의 노래를 밴드 반주로 선사하는데, 이건 음악프로그램에서와는 또 다른 정취를 제공한다.   

조금 아쉬운 건 최근들어 이승철에게 MC 역할이 약간 생겼는데, 이승철은 반듯한 진행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갬성’을 더 많이 보고싶다. 그럴수록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더 살아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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