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서류 많고 심사 일주일 이상 소요
산업부 등에 별도 지원 요청 필수
한중 ‘신속통로’, 다른 국가로 확대 절실
전문가 “정부가 국제기구 제안도 방법”
[헤럴드경제 천예선·김현일 기자] “해외 협력사 엔지니어가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필요서류도 많고 심사가 오래 걸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로 보증을 요청해야 합니다.”
최근 유럽 협력사 엔지니어의 한국 입국을 추진하던 국내 정유업계 A사 간부의 하소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기업인의 빠른 출입국을 위해 패스트트랙(입국절차 간소화)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인이 해외로 나가는 것 뿐 아니라 해외 협력사가 국내로 들어오는 장벽 역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화학업체 B사는 최근 공장 설비의 설치 및 가동을 위해 이를 관리·감독할 일본 협력사 엔지니어의 입국을 추진 중이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엔지니어 입국 뿐 아니라 자가격리 없이 사업장 투입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련 서류 준비와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사는 일본 엔지니어의 입국 사유와 국내에서 하게 되는 업무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서류를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양식으로 작성해 산업부에 제출해야 했다. 해당 서류들은 다시 주일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으로 보내져 관계당국의 검토를 거친 뒤에야 최종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없었던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해외 인력의 입국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유통업체 B사는 병원 건강검진 서류 증빙에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강 증빙서류를 출국 48시간내 받아야 하는데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비행기편이 갑자기 생기면 병원 예약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해외 기업인이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출국 전 48시간내 받은 건강검진서와 격리면제요청서, 국내 입국 목적 사유서, 한국 협력사의 초청장 등 10페이지 이상의 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서류준비와 심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부 기업들은 자사 한국법인이나 협력사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복건복지부 등 관련부처에 별도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 전기설비업체 C사는 본사 직원의 한국행이 중단되면서 한국 고객사로의 장비 납품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본사에서 엔지니어가 와 한국 법인 직원에 제품 설치 및 관리 교육을 시켜줘야 하는데 두 달째 입국 자체가 올스톱됐다. 회사 측은 “제품 납품 연간 스케줄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며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야 하고 입국 절차도 까다로워 파견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방산업체 D사 한국에 교관·통역관·엔지니어를 파견해야 하지만 동남아 등 여러 나라에서 출발하는 것이 문제다. 각 국마다 코로나 피해 상황이 달라 서류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른 심사도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비해 해외 인력의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의 장치가 확대될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로 경제가 망가지면 더 큰 문제다”며 “기업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경제 회복을 위한 필요 인력들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이동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는 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도입해 해외 경제단체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정부가 나서 국제사회 의제로 삼고 다른 국가와도 패스트트랙을 확대하면 또 하나의 한국형 모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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