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보안 시스템…위·변조 수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부실 사모사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수탁은행을 맡은 하나은행의 도장까지 위조한 정황이 나왔다. 전자증권과 모바일 거래가 보편화된 시대에 도장과 천공이라는 낡은 인증방법을 사용하는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 관련 판매사와 수탁은행(하나은행) 등 핵심관계자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였다. 옵티머스펀드 사태 발발 후 주요 관계자들이 상황을 파악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관련 계약서, 통지서에 기재돼 있는 매출채권 수량, 취득액, 채권명 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판매사가 제시한 양수도 계약서에 찍힌 하나은행 도장은 우리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옵티머스펀드는 공공기관이 건설사 등에 공사를 발주한 뒤 매출채권을 발행하면, 이를 사들이는 구조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수천억원을 끌어모은 뒤 서류를 위조해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이미 양수도계약서 내용과 임도통지서를 내용을 조작한 사실은 드러났다. 하지만 수탁사인 하나은행의 직인까지 위조한 정황은 이번에 처음으로 파악됐다.

펀드가 운용지시를 하면 수탁사가 이를 실행한다. 사무관리사인 증권예탁결제원은 이를 펀드명세서에 기록한다. 옵티머스펀드가 수탁사에게는 일반채권을 매입을 지시하고도, 판매사에게는 마치 공공기관 채권을 매입한 것처럼 꾸몄다. 수탁사에서 발행하는 서류를 손쉽게 조작해야 가능한 일이다. 도장까지 위조했다는 것은 수탁사 서류를 마음대로 위·변조하려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정상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토대로 도장, 간인 천공 처리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느 시점부터 펀드가 내세운 주 투자자산과 다른 편입자산을 투자했는지는 하나은행 내에 남아있는 실제 거래기록과 대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은 계약서 도장 위조의 진위 여부 등에 대한 공식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예정에 없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탁은행으로서 하나은행의 업무 적정성을 조사하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