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사전 협의 없이 개인자격으로

그룹오너가 직접 경쟁사 방문 이례적

그랜드조선 부산 오픈이전 참관 차원

국내로 컴백 프리미엄 여행수요 관심

정용진(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오픈한 시그니엘 부산에 다녀갔다. 당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그니엘 부산에 들른 정 부회장은 이 호텔의 객실을 구경할 수 있는 쇼룸을 둘러봤다고 한다.

8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시그니엘 부산 쇼룸을 개인 자격으로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롯데 측에 사전 연락 없이 개인 자격으로 조용히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다이스 부산이나 파크하얏트 등 경쟁 호텔 총지배인들이 시그니엘 측에 사전에 연락해 직원들과 함께 호텔 시설을 참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룹 오너가 비공식적으로 경쟁사 호텔을 참관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특히 시그니엘 부산은 롯데호텔이 시그니엘 서울 이후 7년 만에 오픈한 6성급 호텔로, 개관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례적으로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 임원들을 총동원했을 정도로 신 회장이 각별히 챙기는 사업장이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다음달 말 시그니엘 부산 인근에 위치한 그랜드조선 부산 개관을 앞두고 경쟁사를 둘러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랜드조선 부산은 신세계조선호텔이 글로벌 호텔 체인 ‘웨스틴’ 브랜드를 떼고 독자 브랜드 ‘그랜드조선’으로 개관하는 첫 호텔로, 정 부회장의 애착이 큰 사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첫 외부행사로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를 선택한 데 이어 정 부회장도 그랜드조선 개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처럼 유통업계 총수들이 특급 호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급 휴양시설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돌아온 데다 전염병이 종식돼도 예전처럼 해외여행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즉 사람들이 올여름을 기점으로 해외 대신 부산이나 제주도, 속초 등 국내 휴양 도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스카이스캐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국 항공편 검색 증감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한국의 국내선 검색률은 40.5% 증가한 반면 국제선은 14.7% 감소했다. 국제선 검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잦은 해외여행으로 숙소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예전처럼 국내여행을 간다고 가성비로만 숙소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에 비해 항공비나 쇼핑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절감된 비용만큼 더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리조트를 찾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신세계조선호텔은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과 제주 켄싱턴호텔을 리모델링하면서 모두 5성급으로 등급을 높일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호텔이 잡아야 할 고객은 해외여행을 다니던 가족 고객들”이라며 “높아진 눈높이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시설은 물론, 키즈 편의시설을 확대하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