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기업경영 자율성 강조

KDB인베, 대기업 구조조정 전문

유암코, 중소·중견기업 투자 집중

캠코는 자산 헐값매각 방지 주력

자동차부품 회사들의 법정관리를 시작으로 다음달부터 코로나19발(發)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5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12일 자본시장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과거에는 기업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했지만, 최근에는 유동성 지원으로 선을 긋고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 들어 단행된 두산그룹과 대한항공의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두산에 대해서는 3조6000억원을 수혈하되,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받았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1조1200억원 이상의 자구안을 요구했다. 과거처럼 채권단이 직접 자산 유동화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과 의지에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시 자금 지원을 통해 보유하게 된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입한 자금보다 싸게 팔기 어려워 수년째 들고 있는 회사가 많은 탓이다.

지난해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회사 규모가 커 새주인을 찾기 어려운 대기업을 이관 받아 턴어라운드·밸류업에 나선 후 엑시트까지 성공시킨다는 전략이다. 1호 자산으로 산은이 10년 넘게 보유한 대우건설을 이관 받았다.

2호 자산으로는 한진중공업이 유력해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가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외부 펀드레이징을 통한 자금 유치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란 게 업계 전언이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 구조조정투자를 전담한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업황이 악화된 자동차·조선기자재 업체 등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까지 유암코의 투자 대상이다. 현재까지 50여개 기업에 2조원 가량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키스톤PE와 결성한 1000억원 규모 기업구조혁신펀드 또한 결성 9개월여만에 90% 이상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 IBK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조성하고 있는 2000억원 규모 기업재무안정펀드로는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중견기업에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NPL과 DIP파이낸싱(Debt In Possession Financing,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을 주로 진행해 온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최근 기업자산 매입 프로그램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유동성 위기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자산이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취지로, 캠코가 자산을 직접 매입·보유한 뒤 제3자에 매각(바이앤홀드)하거나, 공장·사옥·선박 등 영업용자산을 매입한 뒤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방식으로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 1호로 두산그룹의 두산타워,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쌍용자동차 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김성미·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