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1억원짜리 아파트가 100채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이 중 한 채가 1억1000만원에 계약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얼마나 될까?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감정원이나 대출 기준으로 활용되는 집값 지표를 만드는 KB국민은행, 민간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등 통계작성 기관마다 작성 방식이 달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모두 대략 0.1% 올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부동산114는 전체 주택가격 총합계의 전후 변화를 따져 가격 변동률을 구한다.(듀토지수) 서울 아파트값 총액이 100억원인데, 한 채가 1억1000만원에 계약돼 100억1000만원이 됐으니 0.1% 상승했다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은 비교 전후 시점 개별 주택 가격 변화를 ‘산술평균’으로 계산한다.(칼리지수). 모두 더해 개체수로 나눈 평균의 변화율이다. 마찬가지로 0.1% 오른 것으로 나온다.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기준 시점 전후 개별 주택값의 ‘기하평균’ 변화율을 따진다.(제본스지수). 고등학교 수학시간이 싫었던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운 개념인데, ‘덧셈의 평균’인 산술평균과 달리 ‘곱셈의 평균’이다. 복리를 계산하거나, 성장률, 투자수익률 등을 따질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0.1%보다 조금 낮은 0.0954% 변동률이 나온다. 어쨌든 대략 0.1% 올랐다는 결론은 비슷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아파트값이 0.1% 올랐으니 1억원짜리 아파트가 모두 10만원씩 올랐다고 생각할까. 아니다. 아직 매물로 내놓지 않았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모두 1억1000만원이 됐다고 생각한다. 0.1% 오른 게 아니라, 10% 급등했다고 느낀다.
이제 서울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은 기존 실거래가인 1억1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다. 경기도나 다른 지역에서 사겠다는 사람이 몰리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더 오른다. 입지가 좋고, 층과 향이 좋은 아파트는 1억3000만~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이런 매물이 늘어나면 서울 아파트값 체감 상승폭은 더 커진다.
통계 집계 방식에 따라 0.1% 상승률이 실제론 10% 이상 폭등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시사점이 많다. 통계상 10% 변동률도 지역과 상황에 따라 100% 이상으로 체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집계한 한국감정원 변동률에 대해 논란이 많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닐 수 있다. 특히 통계의 표본으로 삼은 주택이 실거래가 많지 않고, 호가 변동도 크지 않다면 현실과 통계의 체감 격차는 클 수밖에 없다.
감정원을 포함한 통계 작성기관의 집값 변동률 지표는 표본설계와 통계 작성 방식에 따라 현실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모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중개업소 몇 군데만 돌아봐도, 집값이나 전셋값에 대한 체감이 통계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입맛에 맞는 통계보단 현장의 목소리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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