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그린뉴딜 정책 주목
은행들도 관련 취급상품 확대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동학개미 운동’에 치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입지를 넓히고 있다.
ESG 투자는 매출 등 전반적인 이익창출 역량에 더해서 비재무적 평가까지 우수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유형이다. 주식형 펀드는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하고, 채권형 펀드는 그런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그간 국내에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ESG 투자에 나섰다. 다만 올해 들어선 신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여건도 나아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침체기를 거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는 7월에만 8919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4개월 연속 펀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7월까지 새로 출시된 공모펀드는 2510개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50% 이상 줄었고,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ESG 펀드는 나름대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 7월까지 새로 출시된 ESG 관련 펀드는 6개로, 지난해 연간 신규 출시된 ESG 펀드 숫자와 맞먹는다. 특히 국내에선 처음으로 채권형 ESG 펀드(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펀드)가 나왔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한 채권을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는 펀드다.
시중은행들도 ESG 펀드를 취급 상품으로 추가하고 있다. 신한·하나은행이 현재 판매하는 ESG펀드는 3~4개로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9월 중 ESG 관련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취급하는 펀드 가운데 운용 성과가 가장 돋보이는 상품은 ‘마이다스 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이다. 최근 6개월 기간수익률은 17.48%로, 벤치마크 수익률(3.59%)를 웃돈다.
은행들의 자산관리(WM) 부서는 ESG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저성장 국면에선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가치만 따져선 한계가 있단 판단에서다. 정부도 최근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ESG가 빠르게 개인들의 투자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ESG 투자를 위한 기반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지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ESG가 잠깐 불었다 그치는 ‘테마투자’ 바람에 그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PB팀장은 “삼성, LG전자가 편입된 주식형 펀드도 ESG로 포장되는 등 아직 명확한 정의가 없어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며 “우선 채권형 ESG 펀드로 시장 기초를 마련하고 투자 여건을 성숙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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