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 초 발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한·미 은행들 모두 이를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중에 들어온 가용 자금이 풍부해지긴 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이같은 대출 기피 성향이 실물로의 통화 공급을 제약, 자산 시장과의 괴리를 더 심화시킨단 지적이 나온다.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 중순까지 연준의 자산은 2조7700억달러 증가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3300조원에 달하는 액수로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후 5년 간의 양적완화를 통해 늘린 만큼의 자산을 단 몇 달만에 추가 확대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회사채 등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자산은 늘게 되는데, 코로나19 이전 4조달러대에서 7조달러대까지 큰 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미 전체 상업은행들의 자산도 18조달러대에서 20조달러대로 1조7900억달러 증가했다. 그런데 이중 60% 가까이 되는 1조100억달러가 현금자산 증가분이다. 대출 자산은 4100억달러(23%)밖에 늘지 않았다.
은행들이 잉여 자금을 연준에 재예치하는 초과지급준비금 규모도 3월초 1조5000억 달러대에서 8월말 현재 2조8000억 달러대까지 큰 폭 상향됐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연준의 자산매입이 지속되더라도 민간대출 확대보다 은행 지급준비금 증가로 이어지는 현재의 유동성 흐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실물부문에 비해 자산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금융-실물 괴리 현상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비해 자율성이 덜한 국내 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대출 자산을 비교적 많이 늘린 편이다. 4대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 기준 올 1~6월 중 대출자산이 60조원(5.4%) 가량 늘었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도 13조원 확대됐는데, 증가율(20.1%)만 보자면 대출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자산을 무리하게 키우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말에서 올 상반기 중 4대 은행의 총 자산 규모는 1498조원에서 1580조원으로 약 82조(5.5%)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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