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최후의 카드 꺼내
생산 손실 7000대 유동성 위기
투자 철회땐 대규모 실직 불보듯
협력사·지역경제 붕괴 우려감
한국지엠(GM)이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계획한 부평 공장 투자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겠다고 6일 밝혔다.
‘강 대 강’ 양상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에 이어 노조가 3일간 부분 파업을 결정하자 사측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와 사측의 계속되는 평행선이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을 경우 철수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6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로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를 한 차례 겪은 이후 회사 운영과 투자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강력한 비용절감 조치들을 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부터 부평공장에 글로벌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약속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겨왔다. 신규 투자 규모는 총 5000만 달러로, 한화 566억원 규모에 달했다.
지난달 22일엔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에 약 2150억원(1억9000만달러)을 투자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측은 당시 정확한 투입 시점이나 구체적인 모델을 밝히지 않았지만, 신차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내수·수출 위축이란 불확실성 속에서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노조의 잔업 및 특근거부와 부분파업 등 쟁의행의로 인한 생산 손실은 700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생산손실은 1만2000대로 추정됐다. 유동성 상황이 개선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한국지엠의 설명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신차 효과와 수출 증대로 인한 성장세에도 발목이 잡혔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한국지엠의 분기별 생산 대수는 1분기 8만3000대에서 2분기 7만6000대, 3분기 10만3000대로 증가세였다.
특히 분기별로 2만대 수준에 머물렀던 내수와 달리 수출이 1분기 6만7000대에서 3분기 8만4000대로 증가하며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됐다. 내수와 수출을 합산한 10월 총 판매 대수는 3만1391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한 규모다.
4분기가 더 문제다.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에 이어 진행했던 부분파업을 다시 이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뉘어 6일과 9일·10일 각각 4시간씩, 하루 총 8시간의 부분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생산 대수가 줄어들면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감소세를 피하기 어렵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철수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한국지엠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엠 본사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미국 테네시주 인력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유동성 위기와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철수가 현실화하면 국내 부품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지역경제 붕괴 역시 불가피하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현재는 소집단 이기주의보다는 산업생태계 차원의 산업평화 확보와 위기극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경영자와 근로자가 이기심을 버리고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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