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께서 도와주셔서 이번 인수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업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하겠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말에는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갖는 역사적, 산업적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내세운 경영철학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은 현재 우리 항공업이 처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위기는 항공업을 넘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위기 상황이야말로 국적 항공사(FSC)가 사람과 물자를 수송해 국가를 살려야 하는 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오랜 유동성 위기에 매각도 무산됐고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역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작은 기단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걱정을 해왔다. 두 항공사의 명운에 생계가 달린 직원만 2만 9000여명에 달한다.
아마도 조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 손놓고 방관하는 것은 선대의 유훈을 저버리는 것이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 FSC인 대한항공을 응원하고 아껴온 국민의 기대도 감안했을 것이다. 사실상 산업은행에 경영감독 권한을 내주는 합의를 감수한 것이 그 증거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9월 이후 채권단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인수 현실성과 향후 경영 계획을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선 및 사업 확장을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방지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반면 3자 연합은 업계를 구할 대안도 없이 이번 결정을 비난만 하고 있다.
이들은 양사 합병으로 수많은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이들이 대한항공의 롤모델로 내세웠던 일본항공(JAL)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요주주로서 경영진에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비판의 동인(動因)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애정인지 경영권과 재무적 이익에 대한 욕심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결국 고객과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는 조회장과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보여주는 경영성과에 달렸다. 통합 국적사를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경영하고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만이 ‘수송보국’을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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