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현황 자료
10월 30대 매입 비중 38.5% 사상 최대
공공임대·생애최초 물량 확대 등 당근책 잇따르지만…
전문가들 “근본적인 공급 불안 해소책 필요하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1. 30대 후반 서울 직장인 A씨는 최근 송파구 북위례에 위치한 2013년 준공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전세 끼고 11억원 조금 넘는 가격에 매수했다. 4년 뒤에나 실거주가 가능하고 직전 실거래가 대비 5000만원 가량 더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불안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가까스로 계약에 성공했다.
#2. 인천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30대 중반 직장인 B씨는 2016년 결혼 이후 전세 아파트를 전전해 왔지만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약 점수를 쌓아서 3기 신도시나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일반분양에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청약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괜찮은 지역의 전세 매물은 아예 없어 차라리 실거래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잇달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30대의 서울 아파트 ‘패닉바잉(공포 매수)’ 추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9일 발표된 전세 대책에서 국토교통부가 실수요자를 겨냥해 ‘질좋은 공공임대’ 공급방안 등을 제시하긴 했지만 전문가들 상당수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20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전 연령대 대비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8.5%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 5월 29.0%였던 30대 매입 비중은 6월(32.4%)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7월 33.4%, 8월 36.9%, 9월 37.3% 등 매월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구별로 보면 10월 성동구 아파트의 30대 매입 비중은 58.7%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강서구(49.5%), 동대문구(44.6%), 강북구(44.4%), 성북구(43.6%), 구로구(42.4%), 영등포구(42.2%), 중랑구(42.1%) 등이 뒤를 이었다.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 2개구에서만 30대보다 40대의 매입 비중이 더 높았다.
이처럼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로는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첫번째로 꼽힌다. 임대차 2법 등으로 촉발된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급등 현상까지 겹치자 젊은 층의 아파트 매매 수요 전환이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 등 ‘당근책’을 계속 내놓고 있긴 하지만 젊은 층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30대 매수세가 계속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기에 최근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시행 전에 ‘신용대출 막차’를 타고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등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이 늘어나면 어느 정도 시장 안정은 되겠지만 결국 실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건 아파트 형태의 전셋집”이라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민간의 공급 확대가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30대의 패닉바잉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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