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출범 1년…총수 사과 등 파격 권고
삼성 승계·무노조 역사속으로…전향적 변화
이재용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유럽 출장을 떠나기 직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를 찾아 한 말이다. 과거의 관행과 결별하고 ‘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한 지 내년 2월이면 1년을 맞는다.
준법감시위 출범 직후 일각에선 재판부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한시적 조직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지난 10개월간 삼성이 보여준 그룹 차원의 변화는 예상을 뛰어남는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4세 승계는 없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준법감시위가 출범 2개월 만에 ‘월권’ 논란을 빚을 만큼 파격적으로 요구한 ‘승계·노동·시민사회 소통 부문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에 삼성 총수가 진정성을 담아 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준법감시위 출범 이후 삼성의 승계와 무노조 경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4세 경영은 없다’고 못박은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51년 무노조 원칙을 깨고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협약을 위한 첫 교섭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공동 협약을 체결하고 내부 감시조직을 개편했다. 계열사간 내부 거래는 준법감시위의 상시 심사를 받고 있다. 또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두는 등 질적인 준법경영 향상에 나서고 있다.
우려됐던 준법감시위의 항구적인 활동도 보장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끝나더라도 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준법감시위 홈페이지에는 삼성 내부의 위법 행위 의혹을 제보받는 창구가 열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능동적이고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외부 기구 설치와 내부 자정 노력이 병행되면서 준법경영이 삼성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경영대학원 교수는 “뉴 삼성은 준법경영을 기본으로 해야 하고 혁신을 통해 본업에서 더 성장하도록 자극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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