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규모, 사모 441조·공모 290조원

개인보다 기관 위주 시장으로 재편 가속

사모펀드 재량권 높이고 내부통제 강화를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옵티머스 부실 감독,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옵티머스 부실 감독,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내 사모펀드는 크게 경영참여 여부를 중심으로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구분된다. 헤지펀드는 증시 상황과 상관 없이 매수(Long), 매도(Short)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중위험중수익의 메자닌, 대출, 파생상품 등에도 투자하며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PEF는 경영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을 확보한 뒤 기업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조정은 물론, 사업재편이나 추가 인수합병(M&A), 자산매각 등 전략이 활용된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알려진 사모펀드는 헤지펀드다.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PEF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모험자본, 혁신금융 등 2015년 시장 규제 완화 당시의 명분이 무색해졌다.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편집자주]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인해 국내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인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전문운용사와 운용자산의 급증세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로 크게 둔화됐다. 특히 개인 투자자 보호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당국의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장에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처벌 조항을 엄격히 해 시장 본연의 기능은 지속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순자산 증가액, 공모펀드의 절반 수준으로 ‘뚝’=금융투자협회의 최근 1년간 공사모 펀드수 추이를 보면, 사모펀드는 지난해 12월말 1만1016개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11월말에는 9757개를 기록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같은 기간 4189개에서 4772개로 증가했다.

공사모 펀드의 엇갈린 등락은 순자산 증가액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24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공모펀드는 47조8000억원이 늘었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연간 순자산 증가액이 작은 것은 2012년(사모 13조1495억원, 공모 17조932억원) 이후 8년만이다. 사모펀드는 규제 완화 영향으로 2016년 공모펀드를 앞지른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며 격차를 크게 벌렸다. 지난해는 연간 증가액이 사모가 85조8139억원, 공모가 28조6985억원으로 3배 차이가 났다.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것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시장에서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다. 특히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으면서 개인 투자자 보호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

▶개인 투자자 보호에 방점…시장 전반 시스템 개선 필요=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에 규제 우회를 위한 공모펀드 쪼개기 차단, 일반투자자에게 판매 시 녹취의무 및 숙려기간 부여, 개인투자자에 대한 핵심설명서 교부 의무화, 일반투자자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어 10월에는 펀드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 손해가 발생하면서 보상 요구가 거세지자 손해액 확정 전이라도 펀드 판매사가 사전에 합의하면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개인 보상에 나서는 것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단편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의환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일반 투자자들은 은행, 증권사를 통해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징벌적배상제에 더해 금융사 존폐 수준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모펀드를 판매하더라도 표준약관을 마련해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에 환매 중단이 일고 있는 해외 펀드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반드시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는 이미 대세…내부 통제 강화로 시장 활성화=사모펀드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의 비중은 공모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사모펀드 순자산은 11월말 기준 44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모펀드는 290조1000억원 수준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시장은 개인 자금이 줄면서 성장 속도는 다소 떨어졌으나 사모펀드의 중심 투자자는 기관이다.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판매액이 위축되면서 사모펀드 전체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도 9월말 기준 4.43%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말 7.2%에서 2.77%포인트 줄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준 미달 운용사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5년 새 전문사모 운용사가 200개 이상 늘며 경쟁이 격화됐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재량권을 높은 수준에서 인정하는 것이 시장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재량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제도적으로 헤지펀드 운용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관리와 건전성에 관련된 부분은 계속 관리·감독하고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