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29개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헌법에 의해 주별 정치적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구가 9000만명을 넘는 벵골 지역은 10년 전부터 여성정치인 마마타 베너지가 이끄는 TMC당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베너지 주총리의 인기가 강해 한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곳의 정치지형은 2019년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당시 벵골 지역에서 배출한 BJP당의 전국구 국회의원 의석수가 TMC당 의석수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당은 인도를 힌두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정당이다. 이에 따라 모슬렘을 포함한 종교적 소수자들은 설 땅을 잃게 되고 2등 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벵골 지역은 편협한 민족주의, 종교적 배타주의를 경계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태어나고 활동한 곳이다. 이에 따라 벵골은 인도의 다른 지역보다 종교적·계급적 자유와 관용적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이런 벵골에서도 최근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당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무슬림 우대 정책을 펴는 마마타 베너지 주총리에 힌두 중산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예정된 벵골 지역의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모디 총리와 그의 오른팔 아밋 샤 내무장관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베너지 주총리는 벵골인이며 그녀가 이끄는 TMC정당 역시 벵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면 모디 총리는 벵골 지역과 정반대쪽에 있는 구자라트 출신이며 BJP당도 인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벵골 지역 선거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의 대결 양상이기도 하다.
중앙정부 집권당의 실세인 샤 내무장관은 벵골 지역의 유명한 독립운동가를 기념한다는 것이 이름 없는 용사의 동상에 잘못 헌화하는 에피소드를 낳았다. 벵골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은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타고르다. BPJ당은 이 점을 착안해 타고르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모디 총리의 수염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데 소셜미디어에는 모디 총리의 모습과 선풍도골의 타고르 사진을 대비시켜 벵골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한 모디 총리의 타고르 흉내 내기를 꼬집기도 한다.
BJP당의 타고르 집착은 역풍을 맞기도 한다. BJP당 대변인 거럽 바티야는 최근 TV토론회에서 토론 상대방에게 타고르의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고 꾸짖었다. 토론 참가자는 타고르의 벵골식 이름인 타쿠르(Thakur)로 발음을 한 것인데 영어식 이름인 타고르(Tagore)만 알고 있는 BJP당 대변인은 이를 모른 채 상대방을 질책해 웃음거리만 만든 것이다. 이 밖에도 BJP당 지도부는 타고르의 출생지도 엉뚱한 곳으로 발표하는 등 벵골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벵골의 전통적 가치인 세속주의와 BJP당의 힌두우선주의의 대결이기도 한 이번 선거는 향후 인도 정치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코트라 콜카타 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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