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모두가 더불어 생존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완전히 종식시키려면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이의 상용화가 필요한데 결국 한 국가의 단독 플레이가 아닌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팀워크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로의 전환인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비대면 접촉을 통한 디지털 소통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부과한 위 과제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역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백신 개발과 생산에 필수적인 생명공학기술과 최첨단 생산인프라, 필수 원부자재 등이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집적되지 않았다면 백신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고 코로나19는 상당기간 치유하기 어려운 전염병으로 남았을 것이다. 또한 최근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 많은 국가가 앞다퉈 나서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기본적인 식생활과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 확대와 복지 혜택 등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무역을 통한 ‘글로벌 협력’과 ‘디지털화’라는 화두에서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적지 않은 국가가 생산공장을 멈추고 셧다운 조치를 취할 때 제조강국 한국은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 생산과 수출을 주도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품목이다. 우리 수출을 이끈 것은 디지털을 상징하는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지난해 팬데믹 속에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며 단일 품목으로 수출 1000억달러에 육박한 데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증가가 조심스레 점쳐진다. 세계 각국이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 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서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로 대표되는 컴퓨터 수출도 지난해 60% 안팎의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했고 올해도 경제성장의 젖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 수출도 선전했는데 협력과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벗어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인들은 화상상담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기존 제품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외출 감소로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 수출이 위기를 맞았으나 자가진단으로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하는 스마트미러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영양분 흡수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마스크팩이 탄생하는 기회도 됐다.
지난해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이 제한되고 세계 경기가 동시에 위축되는 환경 속에서 무역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 축이라는 점을 코로나19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지난 역사에서 자유무역은 단순히 부의 창출을 넘어 빈부격차 해소와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올해는 다자가 협력하는 새로운 무역의 틀을 만들어 무역수지에 대한 승패적 접근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상쇄하고 치유하는 포용의 자유무역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무역을 통한 글로벌 협력과 디지털 전환이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센 물줄기를 되돌리는 2021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최용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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