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12월 초 양사대표와 삼각 회동

합의권유에도 양사 합의금 이견 커 지지부진

업계 “선고이전에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낮아”

LG에너지솔루션(위)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자사가 생산한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 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위)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자사가 생산한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 사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의 ‘공개 질타’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전에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 총리가 지난해 12월 초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따로 불러 조속한 합의를 권유했지만 합의금 규모를 놓고 여전히 입장차가 커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모두 승소를 확신하는 만큼 일단 ITC의 최종 판단까지 받아본 후 이를 근거로 비로소 합의금 산정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합의 가능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최종 판결 이후 상황까지 염두해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형조 배터리기획실장은 “협력적,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포함, 소송을 원만히 종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당사와 한국 배터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이전에도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발표했지만 합의금 액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이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 권영수 LG 부회장과 장동현 SK 사장을 각각 따로 불러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양사 논의에 진전이 없자 전날 작심발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적정 합의금 수준으로 2조원을, SK는 6000억원을 제시해 여전히 간극이 큰 상황이다. 빠른 합의를 위해선 서로 합의금 액수를 내리거나 올리는 ‘양보’가 필요하지만 액수차가 너무 커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논의할 만한’ 제안을 가져와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2년 가까이 요지부동이었는데 정 총리 발언 한 마디로 깜짝 타결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며 “ITC 최종 판결을 불과 몇 일 앞두고 이제 와서 금액을 조정할 새로운 명분이나 객관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양사가 ITC 최종 판결까지 받아보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문 내용을 ‘객관적 근거’로 삼아 사후 합의금 논의를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27일 콘퍼런스 콜에서 “판결을 ‘전후’로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최종 판결 이후에도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증권업계는 향후 합의금 규모가 1조원 대에서 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시장 수주액 20조원에 3%의 기술사용요율(로열티)을 적용해 산출한 6000억원과 LG의 2년간 변호사 비용 4000억원을 합해 약 1조~1조5000억원을 적정 규모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고 전 합의하려면 LG가 제시한 금액을 SK가 수용하는 방법 외에 안 보이는데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최종 판결문에 누구의 책임이 큰 지, 영업비밀을 어느 수준까지 침해했는지 등이 담긴다면 이를 기초로 합의금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