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고글을 쓰는 순간 바깥세상은 삭제된다. 지금까지의 VR체험이 다 그렇다. 그것이 게임이든 혹은 예술작품이든, 바깥과의 단절을 암묵적으로 전제했다. 그러나, 주변에 누군가가 VR체험을 하고 있는 자신을 사진 찍어 보여준 적이 그 광경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우습다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고글 안의 세상과 바깥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확인하는 순간이니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다원예술 프로젝트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의 첫 작가 권하윤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는 이같은 괴리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작가가 준비한 답은 ‘몸’이었다. 가상공간에서의 몸의 움직임과 현실에서 몸의 움직임이 같다는 것에 착안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도를 한다.
방식은 이렇다. 전시에 참여할 소수의 관객이 퍼포머들과 함께 전시장에 입장하면, 그때부터 작품이 시작한다. 암전된 방에 잠시 대기하며 어둠에 익숙해질 쯤 퍼포머들이 관객을 이끌어 VR고글을 씌워준다. 고글을 쓴 관객은 가상현실에서 요구하는 특정한 행동을 하고, 그에 따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마법의 숲이 펼쳐지고, 반딧불이는 승천해 하늘의 별이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이때 퍼포머들은 고글을 쓴 관객의 행동을 유사하게 따라한다. VR고글을 쓰지 않은 관객들은 이를 바라보며 고글을 쓴 관객과 퍼포머가 펼치는 안무작품을 볼 수 있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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