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 PAF '파이널 컷'전

삼청동 갤러리앞에 길게 줄이 늘어섰다. 패션브랜드 PAF의 전시를 보러 온 관객들이다.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삼청동 갤러리앞에 길게 줄이 늘어섰다. 패션브랜드 PAF의 전시를 보러 온 관객들이다.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옷이 예술작품으로 소비될 수 있을까. 샤넬의 트위드나 디올의 뉴 룩은 박물관 한 켠을 장식한지 오래다. 그러나 현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옷이 과연 예술작품처럼 소비될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패션브랜드 PAF(Post Archive Faction)와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완성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을 뜻하는 '파이널 컷'이라는 제목아래 펼쳐지는 전시에서는 특정 고객에게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화랑과 불특정 다수에게 장식미학을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의 교차가 이뤄진다. 성공여부는 전시가 끝날 때 쯤 판단할 수 있겠지만, 오프닝 첫 날 PAF의 팬들이 몰려들어 갤러리 앞에 긴 줄을 형성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PAF '파이널 컷' 전시전경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PAF '파이널 컷' 전시전경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전시는 크게 두 개 흐름으로 나뉜다. 지하 공간에서는 PAF의 패턴을 오브제화 한 작품들이 아라리오 작가들의 작품과 어우러진다. "패턴으로 인식되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는 PAF의 말 처럼 패턴으로 제작한 입체적 오브제들은 기능성을 잠시 벗고 자체의 조형미를 선보인다. 조명도 천정이 아닌 바닥에서 올라온다. 아라리오갤러리는 "빛이 역방향으로 흐르는 공간을 부유하듯 직접 걸어다니며 빛이 만들어내는 지배적 지각 패턴을 깨고, 변칙적 즐거움을 발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층에서는 PAF의 옷이 걸렸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관하는 아카이브처럼 작동하는 렉에 미술작가들의 평면 작업과 옷이 나란히 자리잡았다. 하나씩 꺼내보며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옷을 만들때 쓰는 패턴도 공개했다. 심지어 판매도 한다. PAF는 "(옷 발표한 지)1달이 지나면 카피가 나온다. 우리 옷을 사다가 모두 해체한 뒤 패턴을 만들고 다시 제작한다. 이를 보며 오리지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패턴을 사서 재생산한다고 진짜가 될 수는 없다"며 "누구나 진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진/가품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연화 아라리오 디렉터는 "이시대의 갤러리가 무엇을 거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시도하는 전시"라며 "패션을 미술로, 미술을 상업영역으로 기존 협업이나 융합 방식에서 벗어난 변칙전 도전이다. 앞으로 이같은 확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PAF의 전시엔 김병호, 권오상, 김인배, 이지현, 노상호, 돈설핀, 심래정, 장종완이 함께 했다. 5월 16일까지.

vicky@heraldcorp.com

PAF '파이널 컷' 전시전경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PAF '파이널 컷' 전시전경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