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8000억 발행 계획
생손보 통털어 발행규모 최대
자본강화 위해 이자부담 감수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KB손해보험이 8000억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보험사로서는 전례없는 큰 규모다. 계속되는 경쟁사 대비 경영부진으로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분석된다.
KB손보는 30일 이사회를 통해 8000억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금리, 만기일 등은 미정이며 5년 콜옵션 조건이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서 발행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맞추기 위해 매년 자본성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KB손보의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유독 규모가 크다.
메리츠화재는 내달 중순 발행할 2000억원의 후순위채까지 합쳐야 최근 3년간 발행액이 7050억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역마진과 자본확충 부담이 더 큰 생명보험사들의 최근 발행 규모도 KB손보에 훨씬 못 미친다. 가장 최근 발행을 결정한 미래에셋생명이 1500억원 규모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월 608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안을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4580억원은 유상증자이고 후순위채는 1500억 규모다.
KB손보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경영부실에 따른 RBC 급락 때문이다. RBC는 가용자본에서 요구자본을 나눈 수치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낸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리상승과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을 못따라가면 RBC가 하락한다.
KB손보의 RBC 비율은 지난해말 177.6%로 전년의 188.5% 대비 10.9%포인트 급락했다. 삼성화재(303.3%), 현대해상(190.1%), DB손보(205.7%)보다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난해 3분기 손보사 평균 RBC인 247.7%에도 한참 못미친다.
경쟁사들이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KB손보는 유일하게 3년째 뒷걸음을 이어갔다. 특히 투자영업손익 악화가 치명적이다. 미국 호텔 투자에 발목이 잡혀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악화된 자본구조를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후순위채는 일반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뒤인 만큼 발행금리가 더 높다.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수익률이 겨우 3% 초반인데 후순위채권 발행금리는 이보다 더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인정비율이 차감되는 후순위채보다 주주의 자본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상증자가 근본적 해결책”이라면서 “인플레로 시중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발행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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