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

소액주주 연대 구성, 직접 경영권 견제

고자산 저평가 기업들 대주주 견제 본격화

과거 ‘찻잔 속 태풍’에 그치던 소액주주운동의 위력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감사 선임시 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권이 커지자, 소액주주들의 결집력이 한층 강해지는 흐름이다.

‘3%룰’은 금호석유화학과 한국앤컴퍼니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됐고, 많은 자산을 지니고도 상대적으로 주주 친화 경영에 소극적이던 이른바 ‘자산주’ 기업들을 상대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견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 마무리된 주주총회에서 ‘3%룰’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자 그 반사 효과로 소액주주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소액주주들은 ‘캐스팅 보트(두 세력이 비슷할 때 승패를 결정하는 제3자의 투표권)’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연대를 형성해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개정된 상법이 시행되면서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이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부결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2029곳의 정기 주총 결과를 보면 전체의 16.8%인 340곳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라 안건이 부결됐다. 이 중 감사 선임 안건이 315건으로 92.6%를 차지했다.

주총 참여가 저조하고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중소, 중견 기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감사 선임에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기업들은 기존 감사위원에게 직무 대행을 맡기게 됐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향후에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감사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선임 안건이 소액주주운동의 화두가 된 데는 감사위원이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에 관한 보고 및 조사권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요구권 ▷경영진의 경영 판단에 대한 타당성 감사권 ▷자회사에 대한 영업보고 요구권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각종 소 제기권 등을 갖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과거에는 소액 주주들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던 기업 중 자산 규모는 많은데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감사 선임 등의 방식을 통해 소액주주 운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선임에서 시작된 소액주주운동은 대주주들과의 경영진 분쟁 및 주주제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조산업이 대표적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 연대는 법무법인과 법률 자문계약을 맺고 사조산업 경영 참여에 직접 나섰다. 사조산업이 지난 2월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과 캐슬렉스 제주 골프장 합병안을 공시하자 이번 합병으로 인해 오너가 소유인 캐슬렉스 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으로 전가한다는 이유였다. 사조산업은 주진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56%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경영권 공격의 여지가 적었다. 그러나 이들의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되면서 감사선임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사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및 경영 승계를 위해 사조산업과 사조시스템즈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합병을 추진하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삼천당제약의 사례도 소액주주들의 거세진 입김을 대변한다. 삼천당제약 소액주주들은 사측의 불통을 이유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섭규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임시주총 소집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결권이 모였고, 주주들과 소통 의지가 부족한 경영진을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와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방직도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주주 제안으로 추천된 안형열 후보가 비상근 감사에 선임됐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이 주주 제안 안건으로 올린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감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총 4건의 안건은 부결됐지만, 3%룰의 힘으로 소액주주들은 3년 임기의 신임 감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올해 주총을 통해 두드러지기 시작한 소액주주운동의 확산은 향후에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ESG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주권 행사에 대해 주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앞으로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