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기업을 퇴사하고 가상자산투자에 뛰어든 이모(32) 씨는 19일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이날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이 급락세를 보였지만 밤 10시까지는 잘 참았다. 하지만 손실률이 60%에 이르고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거래되는 김치프리미엄이 40%에 달하자 공포감이 커졌다. 눈물을 머금고 매도 버튼을 눌러 모두 정리했다. 퇴직금으로 받았던 4500만원이 2800만원으로 증발해버렸다.
결혼을 준비하는 직장인 윤모(34) 씨도 가상자산 하락에 밤잠을 설쳤다. 지난달 주변에서 ‘가상자산으로 돈 벌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25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에 동참했다. 주식투자하듯 여러 가상자산을 나눠 담았다. 하지만 어제 보유한 모든 가상자산이 하락하며 1000만원을 잃었다. 윤씨는 “결혼자금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욕심에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투자를 후회했다.
가상자산시장이 폭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때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900조원이 증발됐다. 18일 2425조원이었던 시총은 19일 밤 10시 기준 1530조원까지 폭락했다. 하루 만에 삼성전자(시가총액 474조원) 두 곳이 사라진 셈이다.
주요 가상자산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20일 오전 비트코인은 5094만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7일 7174만원에서 2주일 만에 2000만원이 빠지며 30% 하락세를 보였다. 이더리움은 19일 20.33% 급락했다. 20일 오전엔 333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약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가상자산)도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업비트가 제공하는 알트코인지수인 UBAI(Upbit Altcoin Index)는 19일 23.12% 급락한 7545.80을 나타냈다.
가상자산이 약세를 보인 주요 원인으론 중국 정부의 규제가 지목된다.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세 기관은 18일 공동으로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및 투기위험에 관한 공고’를 통해 ‘가상자산은 통화 당국이 발행하지 않은 상품으로 진짜 화폐가 아니며, 시중에 유통돼서는 안 된다’며 사용 불허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발언도 가상자산시장의 낙폭을 키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되며 유동성이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상자산시장 패닉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일론 머스크에 대한 지나친 팬덤 효과가 오히려 가상자산에 대한 투매와 변동성을 야기시키는 악재로도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박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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