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도 증거인멸 혐의 입건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 폭행 이후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이 돈을 받고 폭행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 삭제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택시기사 A씨 폭행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8일 A씨를 찾아가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A씨 조사에서 이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당사자 조사 등의 내용을 종합해 이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지 여부를 놓고 막바지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교사 행위가 발생한 구체적 시점과 내용 등은 아직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툴 여지가 있어 송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였던 A씨가 이 차관의 폭행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고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이 차관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했고, A씨가 이를 실행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또 폭행 사건 처리에 관여한 당시 수사관 등 서초경찰서 관계자 3명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할지를 두고 최종 검토 중이다.
이 차관은 취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같은 달 12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지만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동안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만 경찰이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하면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수사를 무마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후 지난 1월 말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건이 특가법이 아닌 단순 폭행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추적해 왔다. 진상조사단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폭행 논란으로 검경의 수사를 동시에 받던 이 차관은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지 엿새만인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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