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월중 금융시장 동향’
전월비 1.2%↑ ‘8조6000억’
예금잔액 700조원 다시 돌파
지난달 정기예금이 14개월래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대출 증가에 따라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예금 유치를 적극 펼친 결과다.
여기에 이자 수준은 아직 바닥이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 이자 수익을 감안해 유입된 자금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은행의 ‘5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정기적금 포함)은 8조6000억원 증가, 전월대비 1.2% 상승했다. 5월 정기예금 증가폭은 작년 3월(10조2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으로 이로써 예금 잔액은 다시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은 “5월 중 은행 수신은 큰 폭 증가로 전환됐는데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결제성 자금 확보, 지자체 교부금 유입 등으로 상당폭 증가했다”며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들의 예대율 관리를 위한 예금 유치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예대율이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은행은 통상 100%가 기준이다. 은행이 100만원의 대출을 하려면 100만원의 수신액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단 뜻이다. 현재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예대율을 올 연말까지 105%로 완화해준 상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더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사실상의 제로금리로 수신 성장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자칫 관리를 소홀히하면 예대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우대금리나 특판 영업으로 예적금 모집에 나서면서 이 비율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르면 연내 단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은행 고객 입장에서도 그동안 외면했던 예적금에 눈길을 다시 돌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워낙 낮은 금리에 주식, 가상자산 등 다른 투자처를 물색했던 자금들은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으로의 회귀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현상이 축소되고 있는 것 역시 예금 확대 요인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은행 입장에선 수신기반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기예금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 지난달 인출이 자유로운 요구불·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920조원으로 총수신의 46.1%를 차지하고 있다.
이자가 거의 없는 저원가성 수신은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에서 발생되는 수익) 상승을 유발,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변동성이 커 안정적 자금조달원으로선 한계가 있다.
보통 은행 대출은 중장기인데 단기예금 비중이 커지면 만기불일치 위험이 커지고 예대율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예금이자보다 조달비용이 커진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