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성능 좌우하는 핵심역량

해외에선 글쓰고 신발끈 묶는 기능까지

생기원, AI-맵 장착 정교한 로봇손 개발

가사도우미·간호 로봇에 장착 ‘사람처럼’

기계연, 네 손가락 16개 관절 자유자재

촉각 기능 갖춰 섬세한 작업 활용 확대

생기원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손의 작업 모습.
생기원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손의 작업 모습.
배지훈 생기원 박사가 인간형 로봇 손을 시연하고 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배지훈 생기원 박사가 인간형 로봇 손을 시연하고 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기계연 연구원이 인간형로봇 손을 점검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기계연 연구원이 인간형로봇 손을 점검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기계연구원이 개발한로봇 손이 계란을집어들어보이고 있다.
기계연구원이 개발한로봇 손이 계란을집어들어보이고 있다.

로봇 손을 만드는 기술은 산업용 로봇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사람 수준의 손동작을 취할 수 없다면 결코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정밀한 로봇 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고차원적인 임무는 수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조립 위치가 설정값과 다르거나 부품 간 오차가 발생할 경우 공정에 차질이 생긴다. 이에 사람 손처럼 정밀하면서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로봇 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영국 터치바이오닉스의 ‘아이-림’ 등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이-림은 악수는 물론 펜으로 글씨 쓰기, 마우스 사용하기, 카메라로 촬영하기, 휴대폰 사용하기, 신발 끈 묶기, 책장 넘기기, 캔 뚜껑 따기, 바나나 껍질 벗기기, 자물쇠 열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실상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손가락 3개로 기계부품 조립 척척=이런 가운에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버금가는 손재주를 발휘할 수 있는 로봇 손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응용연구부문 배지훈 박사 연구팀과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도현민 박사 연구팀이 만든 성과다.

인간형 로봇 손은 크게 집게형과 덱스트러스(손재주)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배 박사 연구팀의 로봇 손은 손재주 방식에 속한다. 사람의 손을 생체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설계가 이뤄졌다.

2010년 세계 최초 인간형 로봇핸드를 개발한 배지훈 박사는 2012년 로봇기업 원익로보틱스에 기술을 이전해 사람 손처럼 4개의 손가락과 16개의 관절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잡거나 조립할 수 있는 ‘알레그로핸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9년간 삼성, 구글, 페이스북, 엔디비아, 토요타 등 글로벌기업 연구소에 150대 가량 판매되어 현재도 로봇핸드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올해 초 생산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3개의 로봇 손가락 ‘산업용 로봇핸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로봇은 손가락 2개가 물체를 잡고 나머지 손가락이 물체를 살짝 기울인 상태에서 조립 위치로 끌고 가 흔든다. 이때 부품에 들어갈 구멍 방향으로 압력이 생겨 빨려 들어가는 과학적 원리를 이용했다. 또한 로봇에는 작업 위치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맵(AI-Map)’이 장착, 오차가 있어도 자체 보정하며 불필요한 팔 동작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손가락 관절을 주로 움직여 조립한다.

기존 네 손가락 제품보다 단가는 낮추면서도 사람 손처럼 빠르고 정교하며 유연한 동작이 가능하다. 내년 출시될 경우 집게 형태의 그리퍼를 대체하는 협동로봇 핵심부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본격적인 지능형 서비스 로봇 시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로봇 손을 가사도우미 로봇, 간호 로봇 등 실제 지능형 로봇의 팔에 부착하기 위해서는 소형화를 비롯해 제어기술, 인지능력 등의 보강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배지훈 박사는 “사람 손의 속도와 정확도를 따라잡아 실제 손처럼 자유자재로 실수 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서 “기존 양팔로봇 손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실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아노 치기·연약한 물건도 옮기기도=한국기계연구원 도현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손은 비대면 사회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로봇 손은 범용구조로 제작돼 다양한 로봇 팔에 장착할 수 있고 무게 대비 쥐는 힘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쓰임새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 인간형 로봇 손은 중량 1㎏, 길이 16㎝로 4개의 손가락과 16개의 관절로 이뤄졌다. 각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12개의 모터가 채용돼 각 손가락은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기존 상용화된 로봇 손보다 가볍고 힘이 세 3㎏ 이상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들어올릴 수 있다.

연구팀은 로봇 손의 손가락을 사람의 손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매커니즘을 개발했다. 특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구동부를 손바닥 내부에 장착해 모듈화에도 성공했다. 기존 로봇 팔 구조를 변경할 필요 없이 로봇 손을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연구팀은 물체와 접촉을 감지할 수 있는 촉각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힘 측정 센서를 개발하고 손가락 끝과 마디, 손바닥에 장착했다. 손가락 끝에 장착된 힘 센서는 지름 15㎜, 무게 5g 이하의 초소형 센서로, 로봇 손과 물체가 접촉할 때 손가락 끝에서 감지되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물건을 쥐는 힘을 조절하는 핵심이다.

도현민 박사는 “인간형 로봇 손은 사람 손의 섬세한 움직임을 모방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 등 다양한 물체를 다루기 위해 개발했다”며 “또 로봇 손의 ‘파지’ 작업 알고리즘과 로봇의 조작 지능을 연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마찰력을 최소화하고 구동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손가락 끝단의 힘 출력을 34N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켰다. 연구팀은 개발된 손가락 관절 메커니즘을 산업용 그리퍼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국내 로봇기업과 함께 기술이전도 진행한 상태다.

도 박사는 “로봇 손의 메커니즘 특허를 영창로봇테크에 기술이전했고, 영창로봇테크측은 좁은 공간에서 높은 자유도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메커니즘 특허를 활용해 새로운 산업용 그리퍼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