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 1275명…역대 최다

정부, 수도권 4단계 격상 고민

전문가 “더 지체 안 돼, 강력한 대책 필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늘어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늘어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하루 확진자가 2000~3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4차 대유행’의 초입 단계로 규정하면서도, 이번 주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오는 11일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조정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봇물처럼 터지는 현 상황에서는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틀 연속 1200명대… 역대 최다 기록도 깨졌다=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275명은 국내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틀 연속 1200명대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주간 하루평균 약 901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는 약 843명이다.

정부는 최근의 상황을 4차 대유행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지만 수치만 보면 이미 3차 대유행의 파고를 넘어선 셈이다. 게다가 4차 대유행의 파고는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주요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서울 마포구 음식점, 수도권 영어학원 8곳과 관련한 누적 확진자가 326명으로 늘었다. 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에서는 종사자와 이용자 등 18명이 감염됐고, 성동구 소재 학원에서도 학원생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교와 관련해선 현재까지 총 26명이 확진됐으며, 전남 여수시의 한 사우나에서도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군 최대 신병훈련기관인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도 전날까지 5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부, “고려할 점 많아… 주말까지 상황 지켜볼 것”=정부는 확산세 차단을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모색 중이다. 우선 수도권에는 새 거리두기 적용을 1주간 더 유예해, 오는 14일까지는 현행 거리두기 2단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 상황이 2~3일 더 계속되면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격상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4단계는 새 거리두기의 최고 단계로 ‘대유행’ 시기에 대응한 방역 조치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로는 2명까지(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만 모일 수 있고 설명회나 기념식 등의 행사는 아예 금지된다. 또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은 집합이 금지돼 영업이 중단된다. 1인 시위 이외의 집회와 행사는 전면 금지되고 결혼식·장례식에는 친족만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씀하지만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며 “시간 단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도저히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단계 격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만 “주말까지 지켜보려고 한다. 일요일에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논의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신 가구당 1인 이상 검사받기, 직장 내 집단행사·회식 자제, 재택근무 확대, 대중교통 밤 10시 이후 감축 운행, 젊은 층 중심 선별검사 확대, 고위험시설 현장 점검 강화, 숙박시설 정원 초과 이용 금지 등의 조치를 새로 도입했다.

▶전문가들 “이런 상황 예견… 빨리 4단계 적용해야”=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200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선 가능한 한 빨리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기저 확진자가 500명 선을 오르내릴 때 이처럼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이 됐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의 거리두기는 의미가 없다. 4단계로 올리더라도 모임 인원이 제한하는 것이지, 셧다운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그러면서 “이미 수도권은 4단계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빨리 격상하고 검사 건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며 “확진자가 훨씬 많이 나오는 영국의 경우 검사키트를 활용하기 때문으로, 우리도 이런 방법으로 확진자를 조기에 빨리 찾아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무엇보다 경각심이 떨어진 국민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미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거리두기 격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왔지만 정부는 소상공인 등을 핑계로 버텨왔다”며 “방역수칙을 지키라면서 노마스크를 말했다. 공부하라고 하면서 나가 놀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반된 메시지를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금이라도 단계 격상을 통해 짧고 굵게 조정하고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더 질질 끌고 간다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상황이 이어질수록 소상공인들이 보는 피해는 더 누적될 수 있다. 빨리 격상해 경각심을 높여야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4단계 격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단계와 4단계의 차이가 커 국민이 4단계 격상에 대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4단계는 매우 강력한 조치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겠지만 사회적 함의에 의해 정해진 규칙인 만큼 필요하다면 빠르고 과감하게 결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