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도 ‘선긋기’

“정치가 양극단…여야 바뀌어도 해결될지”

“실력주의, 뒤집으면 세습주의…깨뜨려야”

尹·崔 저격…“난 정치적 목적 대립 안했다”

지난달 20일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
지난달 20일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3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전 부총리는 다만 그와 같은 현 정권의 관료 출신으로, 지금은 야권에서 대선 행보를 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것을 예고했다. 당장 정권교체보다 ‘정치세력’ 교체를 거론했다. 야권 주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공정 기반의 실력주의도 세습주의, 나아가 세습경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힌 후 “정권교체보다 정치세력 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 정치는 모든 것을 극단으로 재단한다”며 “지금 구도를 보면 여야가 바뀐다고 해서 사회·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스스로가 야권주자란 점을 알린 후 정권교체를 띄워 대선 레이스에 나선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 측과 긴밀한 소통도 이어가는 상황이다. 김 전 부총리는 그간 이들 두 사람과 함께 야권 진영의 잠룡으로 꼽혀왔다. 정치권에서는 그런 그의 이날 ‘거리두기’ 발언을 놓고 곧장 “제3지대에서 세력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이 내건 ‘공정’을 놓고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세습주의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력주의가 나름대로 공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거꾸로 뒤집으면 실력주의라는 외피를 쓴 세습주의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부와 재산을 대물림해 세습이 이뤄졌고, 이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며 “실력주의 뒤에 있는 기회의 불균형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그 이면에 있는 세습주의와 세습경제라는 금기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연합]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운구를 뒤따른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운구를 뒤따른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그런가 하면, 김 전 부총리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대놓고 저격키도 했다. 그는 “저도 부총리 때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을 놓고 소신껏 이야기를 했고, 청와대와 치열한 논쟁도 벌였다”며 “정치를 목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적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현직일 때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일을 ‘정치적 목적’과 연관시킨 것이다. 경제·정책 전문가인 그는 그러면서 “저는 책 속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비전과 대안,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궁금하다”고도 했다.

야권에선 김 전 부총리가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과 차별화된 뜻을 내놓은 데 대해 아직은 ‘알쏭달쏭’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제 와서 제3지대를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국민의힘으로 차츰 다가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심 끝에 국민의힘 합류 카드는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 전 부총리는 오는 19일 자신이 보는 사회 문제와 해법을 담인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한다.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의 근원으로 승자독식구조를 지적하고, ‘기회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yul@heraldcorp.com